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터치와 손으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그 기술에 감탄했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Appliciation, 이하 앱) 마켓의 앱을 사용하면서, 앱 마켓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한 개발자는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기존 유형과 무형의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온‧오프라인 시장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이 시장에서 거래될 재화와 서비스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앱 마켓은 다수 국가 경제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새로운 먹거리를 가장 잘 찾아 먹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앱 마켓 시장
중국의 앱 마켓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6년 250억 달러에서 2020년 4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된다. 또 모바일 앱 분석 통계를 제공하고 있는 앱 애니(App Annie)의 보고서에 의하면 앱 사용 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으로 조사됐다. 2017년 4분기 중국인의 앱 사용 시간은 2250억 시간으로 2위인 인도보다 약 4.5배 많다.
물론 인구 대국 중국이기 때문에 사용 시간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실제 중국공업정보화부(中国工业和信息化部)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중국 내 휴대전화 이용자는 14억 8000만 명(중복 가입자 포함)이며 이중 10억 8000만 명이 4세대 이동통신, 즉 4G 이용자다.
그런데 이용자의 수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앱 설치 개수다. 개인별로 앱 설치 개수를 보면 대부분의 휴대전화 사용자가 80여 개의 앱을 설치하고 있는 것에 반해 중국의 경우 약 100여 개를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상당부분이 게임 앱 일수도 있겠으나 100여 개 모두가 게임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로 미뤄보아 이미 많은 중국인에게 앱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 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중국의 앱 마켓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다채로운 앱 마켓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앱 스토어(App Store)와 플레이 스토어(Play Store) 또는 국내 토종 앱 마켓인 원 스토어(One Store)를 통해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마켓 자체가 매우 다양하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텐센트(腾讯, Tencent)가 운영하는 잉용바오(应用宝), 중국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치후360(奇虎360)이 출시한 360서우지주서우(360手机助手), 중국 최대 검색포털사인 바이두(百度)에서 만든 바이두서우지주서우(百度手机助手), 중국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가 운영하는 화웨이잉용주서우(华为应用助手),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공급해 한국에서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샤오미(小米)에서 운영하는 샤오미잉용주서우(小米应用助手), 요즘 중국 내에서 떠오르는 휴대전화 vivo에서 만든 vivo잉용상뎬(vivo应用商店) 등이 있다. 어떤 마켓을 이용할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니 앱 마켓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규제당국에 발목 잡힌 한국의 앱 마켓 시장
중국이 이렇게 다양한 앱 마켓 시장을 형성할 수 있게 된 데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중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컸다. 2009년 중국 당국은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구글 서비스를 중국 내에서 차단했다. 이에 따라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앱 마켓이 필요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국내 기업들이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한국 앱 마켓 시장에서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 점유율이 약 60%에 달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마켓만 놓고 본다면 90% 정도로 매우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한국에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이같은 높은 점유율을 가질 수 있게 된 데는 규제 당국의 역할이 컸다.
국내 토종 앱 마켓 관련 기업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휴대전화 제조사에 제공하는 대신 플레이 스토어를 필수 앱으로 탑재하도록 요구한 것은 불공정 행위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은 이를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플레이 스토어가 국내 앱 마켓 시장을 독식하게 된 길을 열어준 셈이다.
밥그릇 싸움에 먹지도 못하는 새로운 먹거리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규제 당국에 발목이 잡힌 것은 앱 마켓 시장만이 아니다. 앱 마켓에 의해 새롭게 파생되는 많은 부분이 규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유경제 서비스다.
공유경제는 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하는 협업 소비의 경제로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앱 마켓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이 공유경제 서비스가 유독 한국에서만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차량공유 서비스 앱인 미국의 '우버'가 한국에서 철수했고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만든 카풀 서비스 앱인 '풀러스'가 규제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낡은 규제와 밥그릇 싸움에 가로막혀 코앞에 놓인 새로운 먹거리를 먹지도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는 어떠할까? 중국의 대표적인 차량공유 서비스 앱으로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있다. 디디추싱은 우리나라의 카카오T와 유사하다. 디디추싱에는 택시(出租车), 전용차(专车), 개인자가용 콜(快车), 개인 카풀차(顺风车), 대리운전(代驾) 등의 서비스가 있다. 디디추싱은 중국을 넘어 호주까지 진출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디디추싱이 중국 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히려 '규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는 헤이처(黑车), 즉 개인 자가용을 이용해 불법으로 영업하는 택시가 있었다. 그런데 디디추싱이라는 앱이 생기면서 불법이었던 헤이처가 개인자가용 콜 서비스의 형태를 가지고 규제 속으로 들어왔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단속이 힘들 정도로 많은 헤이처가 디디추싱이라는 앱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규제 안으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차량 공유서비스 앱 개발이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인터넷 플러스라는 정책을 펼치며 적극 지원을 하고 있다.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제도나 정책을 유연하게 지원하는 중국 정부의 발 빠른 대처는 한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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