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내용을 반박하는 영상 제작 지원을 위해 대기업을 동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정원은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후 영상 제작 지원에 관여한 해당 직원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국정원은 지난 5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대면보고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11월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건국이념보급회와 뉴데일리 이승만포럼 등 보수단체들은 이에 맞불을 놓듯 <백년전쟁>을 반박하는 영상물 <생명의길> 시리즈를 제작해 2013년 4월 공개했다.
원세훈 전 원장을 중심으로 '종북 좌파 견제' 활동 및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한 정치 개입 활동 등에 주력했던 당시 국정원은 <백년전쟁>이 큰 호응을 얻자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와 임헌영 소장을 비판하는 사이버 심리전 활동을 벌였다. (☞관련기사 : [단독] MB정권, 친일파 청산 방해하려 국정원 동원)
국정원은 나아가 <생명의길> 제작자들에게 대기업이 자금을 지원하도록 주선하는 이른바 불법 '매칭' 사업을 벌였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당시 한 국정원 직원은 <생명의길> 제작을 총괄한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 등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았고, 해당 직원은 상부에 보고한 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영상 제작자들 간 만남을 주선했다. <생명의길> 제작진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롯데, 포스코 등으로부터 4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당시 국정원은 이러한 '매칭' 방식을 통해 수십여 보수단체에 관제 데모 등을 우회 지원했다. (☞관련기사 : MB국정원, 삼성-극우매체 지원 매칭 사업 벌였다)
국정원에 먼저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 주필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당시 만난 모든 사람에게 다 제작비를 요구했다"며 "국정원에 요청했는지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경련에서 받았던 것은 기억하는데 큰 액수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적폐청산TF 해산 후 적폐 청산 후속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국정원 감찰실은 이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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