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친북인명사전' 편찬 작업에 1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취재한 데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5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대면보고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북인명사전 편찬 작업은 보수 성향 민간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추진한 것으로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기획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정식 명칭은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이다. 당시 추진위원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맡았다.
2009년 편찬 계획을 밝힌 추진위는 이듬해인 2010년 수록 예정자 100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명단 내용은 황당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강기갑 의원, 노회찬 의원, 임종석 전 의원, 조국 교수, 백낙청 교수, 고(故) 신영복 교수, 함세웅 신부 등 정치계‧학계‧종교계를 가리지 않고 민주화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대부분 정부 여당, 즉 당시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친북인명사전 편찬 선언 배경에 국정원이 있었던 게 확인된 것이다. 정권 비판 인사를 '친북'으로 낙인 찍기 위해 국정원 자금이 동원됐다는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 신영복·백낙청··박원순 등이 친북·반국가 행위 인사?)
국정원은 사전 편찬에 자금 지원 방식으로 개입했다. <프레시안> 취재 결과 △사전 집필료 6000만 원, △추진위 활동비용 1750만 원, △기자회견 300만 원/350만 원, △시국광고 비용 1100만 원 등 총 95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물밑 지원 제안은 추진위 쪽에서 먼저 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9년 3월 추진위원이었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국정원에 지원을 요청했고, 당시 원세훈 원장이 이를 승인하면서 편찬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국정원은 반면 친일인명사전을 제작한 민족문화연구소와 임헌영 소장에 대해선 온‧오프라인을 통해 비판하는 심리전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단독] MB정권, 친일파 청산 방해하려 국정원 동원)
친북인명사전은 지난 2016년까지도 편찬 논의가 진행됐으나 자료 미비, 반대 여론 등 어려움에 부딪혀 실제 편찬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정원에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 양동안 명예교수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국정원 측에 직접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말한 적은 없고, 평소 나와 접촉하던 국정원 직원에게 '사전을 만들려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 걱정이다'라고 간접적으로 희망 사항을 말했을 뿐"이라며 "실제로 지원을 받은 사실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