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모진 풍파를 견디며 바위를 감싸 안았던 칡덩굴이 이제는 거대한 용의 형상이 되어 영월의 도심 한복판에 몸을 뉘었다.
숙부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유배지 영월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던 어린 임금 단종.
그를 향한 영월 백성들의 충절과 한은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칡줄다리기’라는 장엄한 대동놀이로 승화되었다.
10일 영월군에서는 제59회 단종문화제의 시작을 알리고 축제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칡줄다리기 안전기원제’가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 칡줄, 임금을 향한 백성들의 거대한 매듭
영월의 칡줄다리기는 단순한 민속놀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배된 단종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하지 못한 미안함과 정순왕후를 향한 그리움을 달래주고자 했던 백성들의 마음이 칡덩굴을 엮는 손길마다 배어 있다.
이날 기원제 현장에는 정성의 손길이 닿아 완성된 거대한 칡줄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축제 관계자들과 군민들은 정성껏 마련된 제례상 앞에서 술잔을 올리며 칡줄다리기 경연 과정에서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기를 빌고 나아가 영월의 풍년과 군민의 화합을 간절히 염원했다.
◇ 동편과 서편, 승부보다 깊은 대동(大同) 정신
기원제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칡줄다리기는 영월의 동편과 서편으로 나뉘어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이 승부에는 패자가 없다.
이기면 이긴 대로 기쁨을 나누고 지면 진 대로 액운을 떨쳐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칡줄다리기에 담긴 진정한 가치다.
전통의 방식 그대로 재현된 이번 안전기원제는 잊혀가는 향토 민속의 원형을 보존함과 동시에 현대인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공동체 의식이 무엇인지를 묵직하게 전달했다.
◇ 영월의 산천에 울려 퍼지는 화합의 함성
기원제를 마친 칡줄은 이제 영월 군민들의 뜨거운 함성과 땀방울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거대한 줄의 양 끝에 선 백성들의 외침은 단종의 넋이 잠든 장릉의 솔숲을 지나 영월의 산천으로 메아리치게 된다.
영월군 관계자는 “칡줄다리기는 영월의 정신이자 단종문화제의 꽃”이라며 “안전기원제를 통해 정화된 마음으로 축제의 모든 과정이 안전하고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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