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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행정관이 불법사찰 증거 인멸 지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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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행정관이 불법사찰 증거 인멸 지시했었다"

연평도 포격에 묻혔던 공직윤리지원관실 사태, 재점화되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 전 총괄과장과 함께 기소되 2심까지 집행유예형을 받았던 장진수 전 주무관이 '나는 깃털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증거인멸 과정을 소상히 폭로하고 나선 것.

특히 장 전 주무관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근무하던 최종석 전 행정관을 지시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대포폰'을 만들어 총리실 측에 넘겨준 당사자였던 최 전 행정관은 포항출신으로 자신의 상급자로 동향인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 청와대 '영포라인'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연결고리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최 전 행정관은 아무런 징계조치 없이 고용노동부로 복귀해 지금은 주미 대사관으에 나가있는 상황이다.

"민정수석실, 검찰과 이야기 끝냈으니 걱정말라고 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무 요원이었던 장 전 주무관은 지난 2010년 7월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한 검찰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강한 자력으로 파일을 파기)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후 장 전 주무관은 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에서 "(자신은) 지원관실 직원들은 치밀하고 교활한 계략에 의해 범죄의 도구로 이용당한 것"이라며 "검찰은 '민간인 불법내사' 수사를 위해 총리실을 압수수색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증거인멸'을 확인(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청와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공감대 속에서 증거를 인멸한 이후 "증거인멸이라는 범죄를 만들어 내고 본인을 기소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 전 주무관은 4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관련 사실을 소상히 전했다. 그는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전인 2010년 7월7일 오전 최종석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나에게 '(민간인 사찰을 맡았던) 점검1팀의 모든 컴퓨터와 진경락 과장의 컴퓨터를 한강에 버리든 부수든 물리적으로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최 행정관이 진경락 전 과장을 통해 자신을 총리 공관 인근으로 불러낸 뒤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 전 행정관은 머뭇거리는 나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과 모두 얘기를 끝낸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최 전 행정관이 오후에 나를 다시 불러 대포폰을 주면서 '지금부터는 이 전화기로 보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시에 따라 장 전 주무관 본인이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 그는 "초기 4차례의 검찰 조사 때는 최 전 행정관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면서 "이후 5번째 조사에서 검사가 최 전 행정관이 대포폰을 건넨 것에 대해 물었지만 그날 조서는 재판기록에 첨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21>최근호,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 역시 유사한 내용을 이미 보도했다.

'영포라인' 털끝도 안 건드렸던 검찰, "문제없다"던 청와대

검찰은 당시 진 전 과장과 장 전 주무관 등 총리실 직원 3명을 기소했지만 최 전 행정관은 기소하지 않았다. 최 전 행정관은 시내 한 호텔에서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는데 그쳤었다.

이같은 폭로로 이 사건이 재수사 될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는 애초부터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0년 7월5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나흘이 지난 같은 달 9일에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그 사이에 자료들이 대거 삭제된 것.

결국 검찰은 두 달간이나 수사를 벌이고도 불법사찰은 물론 증거인멸에 대해서도 배후는 전혀 밝혀내지 못하고, 총리실 직원들만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수사를 끝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영호 당시 고용노사비서관이 몸통으로 지목됐고 청와대와 총리실 등에 포진한 '영포라인'의 조직적 움직임,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의 청와대 출입기록 등이 불거져 나왔지만 검찰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이같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원희룡·이혜훈 의원, 언론사와 노동계 관련 사항도 포함된 원충연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무관의 수첩이 공개되면서 재수사 요구가 비등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사안이 멀어지고 검찰은 결국 재수사를 수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 중이니 지켜보자'던 청와대도 연평도 포격 이후인 2010년 12월 5일 최종석 당시 행정관에 대해 "징계 논의를 한 자체가 없다"고 면죄부를 줬다.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 행정관이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과 무관한 것으로)민정 쪽에서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지난 해 관련자들의 2심이 진행되면서부터 "끝까지 지켜준다던 '윗선'들이 자기들만 빠져나가고 실무자들을 나 몰라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폭로가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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