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제9회 동시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북 제2의 도시이자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온 '익산 민심'에 출마예상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익산 제2혁신도시 조성'과 관련한 지역사회단체의 주장에 전북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권이 자신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며 해명에 나선 사례는 익산 표심을 염두에 둔 간접적 러브콜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산시애향본부는 이달 24일 입장문을 내고 "익산 제2혁신도시 조성은 이미 결정된 전북의 약속"이라며 "정치적 셈법으로 이를 교란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관영 현 도지사의 도정 공약이자 시민들이 염원하는 '익산 제2혁신도시 조성'을 부정하거나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강한 입장이었다.
차기 도백(道伯) 출마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안호영·이원택 의원은 즉각 "익산 제2혁신도시를 부정한 적이 없다"거나 "잘못 전해진 오해"라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이번 헤프닝은 전북 14개 시·군 중에서 전주에 이어 인구와 유권자 측면에서 두 번째인 익산 민심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전북도청에 입성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해석됐다.
전북의 유권자수는 지난 2022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둔 직전의 총 선거인수를 기준으로 할 때 151만7700여명으로 전주시 유권자가 35.9%인 54만330여명이었다.
익산시의 유권자수는 23만4200여명으로 전북 전체의 15.4%를 차지했고 군산시는 21만5000명에 14.2%를 점했다.
결국 전북 전체 유권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5%가 전주와 익산·군산 등 '주요 3시'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11개 시·군이 35% 가량의 표를 쥐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북 정치 1번지인 전주 민심은 정치에 유독 관심이 많아 표심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편"이라며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기 힘든 곳"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전북 제2의 도시'인 익산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력의 상당부분을 할애하게 된다는 게 전북 정치권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파면 국면에서 익산시민들이 앞장서는 등 정치적 행동에 적극 나선 점도 익산 민심을 무겁게 바라보는 전환점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북자치도선관위에 따르면 익산시의 21대 대선 투표율은 81.4%를 기록하는 등 20대(79.1%)에 비해 2.3%포인트나 껑충 뛰어올라 전북 6개 시(市) 지역 중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익산시민의 관심 수위가 높아졌고 실제 투표장으로 가는 유권자 수도 많아졌다는 말이어서 익산민심 사냥은 갈수록 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은 민주당 소속의 4명 정도이다.
이원택 의원(군산 김제부안을)이 이달 1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역대 가장 강력한 전북을 만들겠다"며 출마 첫 선언을 한 후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관영 현 전북지사는 사실상 재선 행보에 나선 상태이고 안호영 3선 의원(완주진안무주)과 정헌율 익산시장은 공식 출마 선언 타이밍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영 현 지사와 안호영·이원택 의원 등이 익산 표심을 향해 공세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3선 기초단체장을 역임해 '익산의 맹주'로 통하는 정헌율 시장은 지역민심을 끌어안는 방파제 쌓기 전략으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밖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 '이제 익산에서도 도지사가 나올 때가 됐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전언(傳言)을 통해 지역 민심의 결속을 자극하는 것도 이런 궤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큰 선거일수록 인물·정책과 함께 '구도'가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로 작동한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을 앞두고 구도의 중심에 선 '익산 민심'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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