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전북도지사 경선 구도가 4파전으로 가닥을 잡은 것과 달리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등 전북의 야권은 광역단체장 후보 물색부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이들 야권이 기초단체장과 비례의석 확보 등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려면 경쟁력 있는 도지사 후보를 내야 하지만 마땅한 인물 찾기에 어려움이 적잖아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은 작년 말 비상계엄과 올해 대통령 파면 국면을 거치며 사실상 전북의 보수영토를 유지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3.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전북의 보수지지층을 간신히 두자릿수까지 끌어올렸으나 '내란정당'이란 따가운 눈총과 함께 그동안 쌓아올린 기반은 순식간에 와해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전북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물론 14개 시·군 기초단체장을 내는 것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벌써 감돌고 있다.
특히 호남권 보수의 중심이었던 정운천 전 의원이 지난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후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낙향한 데 이어 조배숙 전북도당위원장도 중앙정치에 주력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도백(道伯) 후보로 차출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의 영토가 협소해진 마당에 도지사 후보를 낸다 해도 득표력이 과거와 같겠느냐는 우려 속에 정치적 몸집을 키워온 인물들도 선뜻 도지사 선거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진보정당의 텃밭인 전북에서 국민의힘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사람에게는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우선순위에 배치하는 등 확실한 '당근 대책'을 마련해 중량감 있는 인물을 영입·추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란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세가 현저히 약화된 취약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직전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정당득표율 15% 미만 득표지역(시·도 단위)을 비례대표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고 후보자 추천순위 20위 이내에 4분의 1을 해당 지역 인사로 우선추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북 보수 지지층인 50대의 K씨는 "도지사 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이자 지방의회 비례 진출의 주요 지렛대 역할을 한다"며 "전북 등 당세가 현저히 약한 지역의 도지사 후보 출마자에 한해 다음 총선의 비례 선순위 배치를 약속하는 등 중앙당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3당인 조국혁신당 전북자치도당도 도백 후보 물색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당 전북도당은 14개 시·군에 모두 기초단체장 후보를 내고 이 중에서 3~4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경쟁력 있는 도지사 후보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이런 고민은 조국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전북도당을 비공개 방문한 자리에서 전북지사 후보 질문이 나오면서 수면 위로 돌출되기도 했다.
당시 한 당원이 전북지사 후보와 관련한 농담반의 질문을 했고 조국 위원장도 가볍게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전북지사 후보 영입과 관련한 당 차원의 고뇌를 담은 에피소드로 해석됐다.
전북 혁신당 안팎에서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당내 '성비위 사태' 여진이 지속되고 정당지지율이 하락하는데다 핵심 지지기반인 전북의 민심도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이끌고 갈 광역단체장 후보의 절실함이 더한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아직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은 전국의 모든 기초의원 선거에 자체 후보를 내고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전북 등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독자노선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김관영 현 전북지사의 재선가도에 안호영 3선의원(완주진안무주)과 이원택 재선의원(군산김제부안을), 익산시장 3선의 정헌율 전북시장군수협의회 회장 등이 도전장을 내미는 4자 구도가 사실상 확정돼 내년 경선까지 치열한 물밑 경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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