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국회에서 통과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를 겨냥한 재계와 보수진영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손경식 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은 노란봉투법이 "단체교섭 질서 등 우리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하루 전 송언석 국민의힘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을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조가 국민을 볼모로 삼는 정치파업"이라고 비난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법의 주요 내용과 입법 취지를 정리하고 재계와 보수진영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살폈다.
① 노란봉투법은 어떤 내용과 취지를 담은 법일까?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개정 노조법 2조의 핵심은 사용자의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한 것이다. 단체교섭 대상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경영상 결정" 등을 더했다.
개정 노조법 3조의 핵심은 사용자가 단체교섭, 쟁의행위를 이유로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손해 발생 관여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게 한 것이다. 노조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의 손배 청구를 제한하고, 사측의 불법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회사에 입힌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권한과 책임의 일치'로 설명한다. 그간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끼고 노동자를 써 이익을 취하면서도 노동조건, 안전 등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 온 행태를 바꾸겠다는 말이다. 무분별한 거액 손배소는 원하청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들의 노동3권 행사에 제약을 거는 요인으로 작동해 왔다.
② 원청업체가 수백 개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한다?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2조 개정으로 사용자의 범위 확대됨에 따라 수백 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이 이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어 산업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청업체의 교섭 의무는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하청업체가 영세한데 2023년 기준 300인 이하 기업 노조 조직률은 7%에 불과하다. 법리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경총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도 원하청 교섭 질서를 세우기 위해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정비, 초기업교섭 촉진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안이 잘 마련되면, 원청업체가 복수 하청업체에서 일어나는 교섭 결과를 일일이 살피거나 관여할 수밖에 없는 지금보다 교섭 대응 업무가 간단해질 수도 있다.

③ 노동조건과 관련되지 않은 사업상 결정은 없다?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2조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경영상 결정"을 단체교섭 대상으로 명시한 데 대해서도 기업의 의사결정을 노조 허락을 맡고 하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한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투자, 공장증설 등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만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정리해고와 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대해 단체교섭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노동계가 애초 법 취지보다 후퇴한 안이라며 반발 중이다. 향후 노동부가 제시하는 판단기준을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경영계의 우려가 현실화 될 것 같지는 않다. 노동부가 사례로 든 정리해고의 경우 가장 결정적인 노동조건인 고용을 지키기 위한 파업을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④ 회사가 노조 파업에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3조 개정으로 파업에 대한 손배 청구가 제한됨에 따라 노조가 파업 중 폭력, 점거 등 불법행위를 해도 대응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역시 과장이다. 노조법 42조는 폭력, 파괴, 주요업무 시설 점거 등 형태로 이뤄지는 파업을 금지한다. 이런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며, 노란봉투법에 관련 면책 조항이 담겨있지도 않다. 따라서 민형사상 소송 제기도 가능하다.
다만 사측이 노동자 개인을 상대로 혹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거액의 손배를 청구해 '괴롭히기 소송'에 나서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괴롭힌 결과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30여 명이 목숨을 끊었고, 두산중공업 김주익·한진중공업 배달호 씨가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사측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개인에게 손배소를 제기한 뒤 재산 가압류를 거는 길 자체는 여전히 열려있다.

⑤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하청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다?
경제단체의 주장 중에는 '공포 마케팅'에 가까운 것도 있다. 첫째, 원청사가 교섭을 회피하기 위해 노조가 있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노란봉투법으로 기업들이 모두 해외로 떠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첫째 주장에 담긴 행위는 불법이다. 대법원은 이미 2010년 현대중공업이 노조 활동 위축을 위해 하청업체 폐업을 유도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경제단체들이 이를 주장하는 것은 노란봉투법 대응 방안으로 불법행위를 권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주장과 관련 투자 환경이 악화됐다는 논리와 제조업 공장을 옮기기 쉽지 않다는 반론이 맞서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재계는 주52시간제 시행,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기업에 불리한 법적 변화가 일 때마다 비슷한 주장을 해왔는데, 입증된 적은 없다.
⑥ 노란봉투법으로 벌써 줄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보수언론과 정치권은 거의 모든 파업에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정치파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심지어는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등 법 개정과 사실상 무관한 원청 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지난 2일 기준 노사분규는 80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고, 임금 인상 등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가 파업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노란봉투법이 이미 통과됐는데, 파업을 통해 노동계가 얻을 정치적 이익이 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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