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월넛 밸리 페스티벌 국제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자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포항 출신의 기타리스트 김화종(31). 김 씨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캔자스주 윈필드에서 열린 제53회 월넛 밸리 페스티벌 국제 핑거스타일 기타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는 5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 권위의 핑거스타일 기타 경연으로, 사실상 ‘왕중왕전’으로 불린다.
올해 대회에는 전 세계 27명의 연주자가 참여했으며, 2위는 타이베이 출신 장춘린, 3위는 미국 브랜든 그린에게 돌아갔다. 주최 측은 “17개 주와 3개국에서 온 연주자들이 경합하면서 월넛 밸리가 국제적 음악 교류의 장임을 다시 확인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수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월넛 밸리 대회는 오랫동안 미국·캐나다·유럽 중심의 무대로, 아시아권 참가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2003년 일본의 마사아키 키시베가 아시아인 최초 입상, 2010년 다나까 아키히로가 아시아 최초 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김 씨의 성과는 그 맥을 잇는 동시에, 한국인 최초로 역사를 새로 쓴 사례다.
김 씨는 이미 지난 7월 미국 인디애나주 기타 페스티벌에서도 우승해 이번 대회 초청을 받았다. 그는 2019년 디지털 싱글 Night으로 주목받았고, 2022년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대상, 2023년 일본 모리스 핑거피킹 데이 준우승 등 꾸준히 실력을 입증해왔다.
주목할 점은 그의 이력이다. 인하대 공대를 다니며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 24살에야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길을 걸었다. 늦깎이로 버클리음대에 진학한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최정상 대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며 한국 핑거스타일 기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김 씨의 수상은 단순히 개인의 성취를 넘어, 세계 핑거스타일 무대에서 한국 음악인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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