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통합 18년 만에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될 운명에 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적인 사례가 2023년 8월 잼버리대회 직후 기재부 예산안에서 78%가 감쪽같이 사라진 새만금사업이다.
앞선 2023년 3월 6일, 한덕수 전 총리는 제29차 새만금위원회에서 "정부는 새만금의 비전인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의 실현을 위해 새만금 개발을 가속화하고, 도약의 모멘텀을 만드는데 범정부적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공항·철도·항만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그 해 5월 말 국토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요구서에는 새만금 관련 24개 사업 예산 총 7389억원이 담겼다. 그러나 2023년 8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정부 예산안에는 이중 1861억 원인 25% 수준만 반영됐다. 무려 75%에 이르는 5528억원이 기재부 심의과정에서 사라진 것이다.
특히 이미 새만금 기본계획(MP)에 반영돼 추진 중인 10개의 새만금 SOC 사업 예산은 정부 각 부처에서 6626억원을 반영해 기재부에 제출했지만,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최종 반영된 예산은 고작 1479억 원으로 22.3%에 불과했다. 무려 77.7%가 기재부의 칼질로 날라갔다.
당시 민주당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따져 물었다.
"2023년 6월부터 8월까지 기재부 심의 기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새만금 사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자세가 이렇게 돌변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북 국회의원들은 "기획재정부가 특정지역이나 사업에 대한 예산안 편성을 감정적이고 자의적으로 했다면 재량권 일탈을 넘어 직권남용"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새만금사업에 대한 사상 유례없는 예산 삭감은 "잼버리대회 파행의 책임을 전북 탓으로 돌리며 새만금사업을 잼버리와 무리하게 엮어 정치적으로 악용했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보복성 예산 편성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 해 10월에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질타는 이어졌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잼버리 파행 책임론과 새만금 예산 삭감은 연관성이 없다"고 밝히면서 "새만금 빅피처를 다시 그리기 위한 것"이라는 한덕수 당시 총리의 말을 되풀이하듯 "새만금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사업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새만금과 관련한 별도의 심의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기재부 차원에서 별도의 심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병도 의원은 이와 관련해 "부처를 배제하고 기재부가 별도의 회의를 한 것으로 안다"며 "기재부가 새만금 사업 총사업비 증액에 동의해 놓고 잼버리 파행 이후 예산을 삭감한 것은 이율배반적 행태"라면서 "잼버리 이후 갑자기 뚜렸한 이유도 없이 예산이 삭감되고 사업이 멈춰선 것은 '예산보복'이라는 것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질타했다.
당시 민주당 양경숙 의원도 기재부 국감에서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을 대상으로 '새만금 예산 삭감 때 기재부가 부처와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협의를 했느냐?"고 물었고 김 실장은 "통상적인 과정을 거쳤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공무원이 '기재부가 의논 한 마디 안했다'고 진술했다며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났으며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새만금의 기업유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느닷없이 새만금 SOC예산이 삭감되고 기반시설 적정성 재검토가 발표되면서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했던 민간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해석도 나왔었다.
기재부 칼질을 앞세워 잼버피 파행책임을 전북에 묻는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던 이유가 있다.
윤석열 전 정부가 하루아침에 태도가 돌변해 새만금 지우기를 얼마나 노골적이고 전격적으로 추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있다.
당시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신공항에 대한 정부 예산안을 살펴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가덕도신공항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상 2024년도에 1647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실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무려 세 배가 넘는 5363억 원이 반영됐다.
반면에 새만금신공항은 중기재정계획상 2024년에 79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정부 예산안에는 고작 66억 원만 반영됐다.
당시 윤 정부는 결과적으로는 유치에 실패했지만 그 해 연말로 예정된 '2030부산엑스포 유치'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었고 그를 위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앞당겨야 할 시점이기도 했다.
기재부의 명분 없는 칼춤 앞에서 국책사업에 대한 약속도, 지역의 기대도 한순간에 무력화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부처의 왕' 기재부의 분리는 기재부가 자초한 숙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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