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지를 전북 등 비수도권으로 분산해 송전선로의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데이터센터 153개(2023년 기준) 중에서 73%가 수도권에,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79%가 수도권에 있는 현실에서 정책적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지난 21일 전북자치도 장수군 한누리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초고압 송전선로 문제 해법 찾기'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강하게 주장했다.

장수군의회의 '초고압 송전선로 대책 특위(위원장 김남수)'와 '장수군 송전선로 반대 대책위'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이헌석 위원은 "최근 송전망 쟁점인 '용인반도체 산단'의 경우 향후 20년간 300조원 규모의 삼성과 SK 등 민간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2050년까지 약 10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수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가 40GW임을 감안할 때 용인반도체 산단의 전력수요는 엄청나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반도체업계의 'RE100' 선으로 LNG와 핵발전은 모두 부적절한 상황"이라며 "트럼트 정부의 반도체 관세 설정에 따라 국내 반도체 단지 건설계획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 역시 재생에너지 확충에 따른 송·변전망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강력한 수요분산 정책 없이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한 고속도로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에너지 고속도로는 해저로 지나가더라도 결국 육상에 송전선로가 만들어진다"며 "현재 언급되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세부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수요를 분산시키는 형태로 국가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위원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을 전제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단 등 대규모 전략수요지를 비수도권 지역으로 분산해 송전선로의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줄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역별 전력자급률 제고를 위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등을 실효성 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헌석 위원은 "이재명 정부 임기는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의 '골든 타임'이자 이 기간에 2050년 탄소중립으로 나가는 기본 토대를 만들지 못하면 기후위기는 파국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추가적인 송전선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건설하는 과정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중앙정부와 공기업의 몫이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있으며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알권리와 의사결정이 있고 민주주의 참여에 대한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몫이 매우 크다"며 "따라서 사업 초기부터 지역주민과 사업자 사이의 연결 역할을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한편 이날 2부 토론에서는 장수군의회 김광훈 의원과 송전탑 반대 진안군 대책위원회 이현석 집행위원이 패널로 나와 뜨거운 토론을 벌었다.
토론자들은 수도권을 위해 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불균형 문제를 비판하고 주민들과 함께 향후 대응 방향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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