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닥에 뽀얗게 있는 것이 분진이에요. 여기 철거 현장보다 물을 뒤에서 쏘고 있어요. 닿지도 않습니다. 분진은 여기서 날리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까. 우리 주민들이 얼마나 피해가 가겠어요."
지난 5월 대형 화마가 휩쓸고 간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의 해체 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 등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화재 피해 보상조차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약 석 달간 이어질 해체 작업에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금호타이어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공장 정련동 건물 해체는 오는 11월 10일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된다.
축구장 6개 면적(4만3873㎡)에 달하는 건축물을 허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덤프트럭 4000대 분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주민들은 또다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 이모씨(60대)는 "이 더위에 먼지가 날아와 창문을 열 수도 없다. 비가 오면 악취도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47년 경력의 중장비 전문가인 주민 엄인술씨(70)는 현장의 방진 대책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진은 작업 지점에서 날리는데 물은 닿지도 않는 엉뚱한 곳에 뿌리고 있다"며 "저런 식으로는 분진을 잡을 수 없다. 바람이 불면 아파트 쪽으로 날아올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 경험에 비춰보면 저기는 살수차 여러 대를 붙여서 저 위(옥상)쪽에 고압으로 쏴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게끔 해야 분진이 커버가 된다"며 "저건 얼른 말해서 보여주기 식"이라고 꼬집었다.

화재 후부터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는 주민 A씨는 "안그래도 피부가 예민한데 해체 공사가 시작되고 업체 청소를 두번이나 했는데 어제 닦은 베란다에 또 먼지가 쌓였다"며 "화재 때도 악취 때문에 두 달 가까이 자녀의 집에서 지내야 했는데 언제 마음 편하게 내 집에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여기에 7000건이 넘는 화재 피해보상 작업마저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주민은 "보상 기준이나 산정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으니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봤고 보상이 적절한지 알 길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와 관할 구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관계자는 "대형 살수차와 굴삭기 장착 살수 장치등을 동원해 최대한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자체 소음·진동 측정기를 곳곳에 설치해 모든 작업이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도 이동식 측정 차량으로 오염도를 감시하고 있으며, 기준치 초과 시 즉시 작업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보상에 대해서는 "금호타이어 쪽에서 피해자들에게 선지급하고 보험사에 후청구하는 식으로 진행 중이며, 정해진 보상 기준에 따라 보상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광산구 관계자 역시 "소음을 줄이기 위해 집게 모양의 해체 장비인 압쇄기 사용을 요청했고, 작업장 세 곳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작업 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고, 5m 높이의 휀스를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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