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율 전북자치도 익산시장은 4일 "최근 발생한 공직비리의 뿌리는 대부분 골프에서 시작됐다"며 "불합리하고 무리한 측면이 있더라도 임기 동안은 골프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이날 예정된 휴가 일정을 변경하고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정 시장은 또 "이번 사건으로 모든 직원이 충격을 받았고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피해자가 됐다는 것을 안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으려면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정 시장이 여기서 말한 '이번 사건'은 익산시의 간판정비사업 특혜의혹과 관련해 시청 5급 공무원의 차량에서 수천만원의 현금다발이 발견돼 경찰에 긴급체포된 최근의 사건을 말한다.
그런데 '돈다발' 발견과 골프가 무슨 연관이 있기에 '금지령'까지 내리게 된 것일까?
이 배경에는 2개의 불명예 사건이 익산시를 짖누르고 있다.
우선 최근 발생한 익산시청 회계담당 간부 A씨의 사건은 골프에서 비롯했다.
경찰은 익산시 간판정비사업과 관련해 한 지역조합과 수의계약을 반복적으로 맺고 이 조합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시청 도로관리과와 회계과 등 부서 2곳을 압수수색했다.
사실 경찰은 해당 조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익산시 회계담당 전·현직 간부가 조합 측과 수차례에 걸쳐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하고 시청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었다.
항간에는 조합 측 장부에 골프 라운딩을 한 시청 간부 이름이 명시돼 있어 수사 착수의 빌미가 됐다는 후문이다.
경찰의 익산시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간부 A씨가 직원을 시켜 자신의 차량을 옮기려 한 정황이 포착됐고 차량 내부에서 수천만원의 현금다발이 발견되며 파문이 확산됐다.
긴급체포된 A간부는 구속영장이 발부돼 지난달 31일 구속되는 등 골프명단→압수수색→돈다발 발견 등으로 확대 비화해 시청 직원들도 충격에 빠졌다는 공직사회의 전언이다.
결국 골프를 친 장부가 발단이 돼 전북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 돈다발이 나와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게 된 셈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최근 발생한 공직비리의 뿌리는 대부분 골프에서 시작됐다"고 말한 하나의 사례이다.
다른 골프 논란은 2년 전인 2023년 9월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익산시청 중간간부 공무원 2명은 퇴직공무원이 주선한 저녁식사 자리를 함께한 후 노래방에 갔으며 이후 1명은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국무총리실 암행감사반에 적발됐다.

총리실 암행감사반은 추석을 앞두고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현장에 잠복하다 이를 적발해 다음날 조사를 벌여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문제는 같은 날 한 고위간부가 퇴근 시간보다 30분 일찍 사무실에서 나와 스크린골프장으로 직행한 사실이 감사반에 그대로 적발돼 성접대 논란과 함께 파장을 더 키웠다는 점이다.
퇴직을 앞둔 해당 간부는 명절을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근무시간 마무리 30분 전에 집 근처의 골프연습장을 찾았다가 구설에 올라 안타까움을 더해줬다.
중간간부와 고위간부가 한꺼번에 논란의 중심이 된 당시 사건은 한동안 익산지역 공직사회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기까지 했다.
정헌율 시장은 2년 동안 두 차례의 골프파동을 겪으며 익산시민들의 눈총이 급랭하자 '전직원 골프 금지령'의 초강수를 결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정헌율 익산시장은 이날 "업체와의 골프는 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실제 범죄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며 "예약된 골프 일정이 있다면 모두 취소하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운동에 쓰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시장은 또 "익산에서는 골프가 비리의 통로가 될 수 없음을 시민과 외부에 명확히 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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