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이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제주 4·3 사건을 세계 전환 정의(Transitional Justice)의 사례로 재조명하려는 ‘세계정치학회(IPSA) 총회 후속 행사로 '민주주의 후퇴 시대의 평화와 민주주의의 재창조' 워크숍이 18일 제주 한라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노무현재단, 제주4·3평화재단, 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학계와 시민사회, 유족 대표 등 다수가 참석해 제주 4·3의 의미를 국내외 관점에서 논의했다.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는 '전후 정의와 지속 가능한 정의: 제주의 길과 정신- 모범적인 모형' 주제 발표에서 “제주 4·3은 인권과 평화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만큼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제주 4·3은 제주라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향한 전 세계적 전환의 한 사례로 바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4·3으로 인한 한국의 민주주의의 후퇴 위험과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와 더불어 공화국이라는 정치 체계 내부와 연방성, 평화, 외부 협력을 결합하는 시도에 대해 조명했다.
박 교수는 "제주에는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슬픔의 장소이자 동시에 인권의 공간"이라며 "제주는 학문적, 정치적, 인권적 프로젝트가 함께 어우러진 공동의 전환 프로젝트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4·3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변화의 과정은 협력과 연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제주의 마을 하나하나가 각각 고유한 상처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 흔적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적 사례로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틴 아메리카, 르완다, 아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의 비극은 강제 침묵, 자의적 억압, 무작위의 슬픔, 영원한 상실이라는 공통의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한 가운데 제주는 진실, 화해, 지속가능한 정의의 강력한 이야기를 제공한다"며 "우리는 ‘제주 모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델은 기억, 배상, 치유, 무죄에 대한 인정까지 통합하고 있다"며 "모든 희생자들은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불법적인 재판 절차에 의해 부당하게 수형된 사람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가 전환 정의의 드문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4·3의 화해와 치유 노력은 "노무현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여러 정부를 관통하며 지속되어왔고, 지금도 2차 진상조사와 보상, 정의 실현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시민들의 통찰, 정부와의 협력, 상호 거버넌스, 시민 간 화해 등을 포함하는 것이며,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원칙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는 캄보디아나 르완다와는 인적 개발 지수(HDI)나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기술, K-pop, 스마트폰, 자살률, 사회적 갈등 등 복잡한 현대 한국 사회 속에서도 ‘기적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주목받는 것처럼, 제주는 가해자-피해자 공동 추모라는 세계적으로 드문 화해 양식을 실현했다”며 “공동의례, 공동기억, 공동치유를 통해 전환 정의를 제도화한 실질적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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