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대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이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들어 전북지역 자회사만 콕 집어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북을 대표하는 익산 정치권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상공업계에서는 "해당 업체 직원들은 매일 피눈물을 흘리며 투쟁하는데 평소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익산출신 국회의원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정말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성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사장 이영조)은 연간 단기 순손실이 40억~50억원에 달하는 등 장기간 적자가 지속돼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전북자치도 익산시 제2산단에 있는 ㈜상공에너지의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중부발전은 한 사모펀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막판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상공에너지 직원 110여명의 고용 보장 문제와 턱없이 낮은 수준의 헐값 매각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상공에너지 직원들은 최근 방어권 차원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중부발전 측과 사모펀드 측의 설명회 참석을 보이콧하는 등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은 "사모펀드 측의 설명회 개최를 언급하는 등 중부발전의 매각절차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사측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에 참석하라고 독려하는 등 상황은 갈수록 어렵게 진행되는 모습"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부발전 자회사인 익산 상공에너지 매각 논란이 외부에 알려진지 20일 가까이 되지만 여야 중앙정치 무대에서 잘나가는 전북 정치권은 뒷짐을 진 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는 지역 상공업계의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4선 의원(익산갑)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과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 이어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같은 당의 한병도 3선 의원도 22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원장을 맡는 등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막중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야권에서는 익산출신의 국민의힘 조배숙 5선 의원이 당내 중진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민의 지지와 성원을 토대로 성장한 익산출신 국회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지역 상공업계 애로 해소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야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 익산 상공에너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며 사태 해결에 나서려는 적극적인 대응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도 의원실에서 중부발전 측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후속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 현안에 천착해 실질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할 민주당 일색의 익산시의회 역시 상공에너지 문제에 손을 놓고 있어 지역민들의 정치권 불신과 불만은 갈수록 확산하는 모습이다.
여야 거대정당이 지역문제에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달리 조국혁신당 익산지역위원회만 지난 1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부발전의 전북 자회사 헐값 매각은 전북 희생을 강요하는 '공기업의 전북 홀대'이다"고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조국혁신당 익산지역위는 성명에서 "중부발전은 수천억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전북 자회사만을 콕 집어 매각하려 하고 있다"며 "고용불안을 해소하지 않고 매각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책임회피이며 지역고용 안정성 훼손"이라고 중부발전을 비난했다.

정치권이 여러 핑계를 대며 지역문제에 극히 소극적 대처에 나서자 한국노총 상공에너지노조는 최근 "지역주민 무시하는 SRF 왠말이냐!"는 플래카드를 익산시내 요로에 걸고 직접 민심에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상공업계에서는 "공기업 이슈가 국회 의정활동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인지 몰라도 여야 의원들이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며 "정치권이 나서지 않는다면 공기업 자회사 매각 문제를 누가 접근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익산 의원들은 자신의 권한이 커진 만큼 지역 기업과 근로자 문제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상공에너지 헐값매각과 직원들의 고용안정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익산 정치권의 실력을 판단하는 냉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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