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 익산시에 글로벌 유통기업인 코스트코 입점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익산 소상공업계는 조용한 반면에 전주지역 수퍼마켓과 마트협회 등이 반발하고 있다.
정작 안방은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스트코 익산점 올 8월 진입로 착공 예정'
코스트코 익산점은 입점이 최종 확정돼 오는 8월 진입도로 착공을 앞두고 있다. 코스트코 코리아 측과 입점 예정지 토지주 간 계약과 진입도로 개설,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및 공사 등을 거쳐 2027년 설 명절 전후 개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코스트코 입점에 대한 반발은 익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불거졌다.
전북 전주수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 7일 (사)한국마트협회, 삼촌네협동조합, 전주시상인연합회,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등 유통·상인계 주요 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스트코 익산점 대응 긴급 간담회'를 갖고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이들 단체는 간담회에서 코스트코 입점이 익산뿐만 아니라 전주와 김제, 정읍, 군산 등 전북 서북권 전체 소상공인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익산지역사회는 오랜 숙원이 풀린 것처럼 각급 기관에서 곳곳에 환영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코스트코 입점을 희망하는 절대 다수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 매출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걱정해야 할 지역 유통업계와 소상공인 업계도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익산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이사장 권진철)은 '코스트코 익산 입점'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의 우산효과…대형마트 증가 막을 것"
우선 코스트코 입점이 익산지역 내 대형마트의 신규 진입을 막아 골목상권에 오히려 기회를 주는 일종의 '우산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익산에서 40년 동안 수퍼마켓을 운영해온 60대의 K씨는 "오랜 세월 장사를 하다 보니 동네 수퍼의 가장 무서운 상대는 바로 옆에 있는 대형마트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며 "코스트코가 도심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외곽인 왕궁지역에 입점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동네 구멍가게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씨는 또 "코스트코 입점이 대형마트의 익산지역 신규 진출을 막는 효과도 클 것"이라며 "익산에 외지 대자본 마트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면 소상공인들은 지역 상권을 유지하면서 시장 재편에 따른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트코가 지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시장을 유지해주는 우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이다.
나아가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작은 경쟁자를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메기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이로움 이펙트…방파제 역할 톡톡히 할 것"
익산지역 소상공인들의 걱정이 크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다이로움 효과'이다. '다이로움'은 익산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코로나19가 엄습했던 지난 2020년 처음 발행하기 시작한 익산시의 '다이로움' 지역화폐 가입자 수는 올 3월말 현재 총 26만400명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중 인구(2024년 말 26만8001명) 대비 가입자 비율이 97%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시의 인구 대비 지역화폐 가입자 비율(54.5%)에 비해 4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지역화폐의 가입자 기준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만 14세 이상'임을 고려할 때 익산시의 '다이로움' 가입자 중에서 2만7000명여명은 거주지가 익산이 아닌 다른 시·군 출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산 다이로움'은 전 시민은 물론 인근 시·군 지역민까지 활용하는 보편적인 화폐로 자리한 셈이다.
익산지역의 자영업자 H씨는 "다이로움은 지역 소상공인의 지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며 "코스트코 입점이라는 '쓰나미급 거대 파도'가 몰아쳐도 전 시민의 화폐수단인 '다이로움'이 지역의 소비를 다른 곳으로 새지 않도록 든든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까닭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시민이 쓰는 '다이로움 이펙트'가 지역 상권을 꽉 잡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데다 코스트코가 외지 대형유통업체의 익산 진출을 가로막고 동네 가게를 보호하는 우산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여 익산지역 소상공인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익산시의 소상공인 보호와 골목상권 활성화 노력과 의지도 지역 업계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익산시는 정헌율 시장 취임 이후 기초단체로서는 극히 드물게 '소상공인과'를 신설해 다양한 시책을 발굴·추진해 왔다. 소상공인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풀뿌리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 온 행정의 진정성이 소상공인들의 믿음과 신뢰를 한껏 높였고 코스트코 입점에 대한 두려움도 잠재웠다.
전북 익산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골목상권을 지키려 노력해 온 익산시의 일관된 정책 의지가 업계에 신뢰를 주고 있다"며 "코스트코가 들어와도 행정에서 상생방안을 마련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지역이 반대해도 익산지역 업체들이 동조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익산시가 상생협력을 추진하고 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익산 소상공인들이 글로벌 유통기업인 코스트코 입점에도 걱정을 안 하는 이유는 뿌리를 깊숙이 내린 '다이로움 효과'와 행정기관 신뢰가 상호작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익산시와 코스트코, 소상공인인 상생협력을 잘 해 나가면 지역상권 활성화의 새 모델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