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25년 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간질성 방광염(interstitial cystitis)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 2a 시험에 성공했다. 이 치료제는 단순 증상 완화에 그쳤던 기존 약물과 달리, 병변 자체를 치료하는 효과를 보이며 완치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의료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제주대학교 박세필 교수가 이끄는 학내 벤처기업 미래셀바이오가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 ‘MRMC-01’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2025년 7월 2일 제주대학교에서 공식 발표됐다.
간질성 방광염은 원인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희귀질환으로, 야간 빈뇨와 극심한 배뇨통을 동반하며 환자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환자 대부분은 중년 이후 여성이며, 기존 치료제는 증상 완화에 그칠 뿐 완치가 불가능했다.
박세필 교수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한 이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약 300억 원의 연구비와 25년의 시간이 투입됐다”며 “이번 임상 결과는 단순한 의학적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국제적 도약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MMSC(Multipotent Mesenchymal Stem Cell)’는 기존 줄기세포의 단점인 면역거부반응과 증식 한계를 극복한 세계 유일의 줄기세포다. 이 줄기세포는 자연발생적으로 분화 능력을 가지며, 면역거부 반응 없이 다양한 조직(혈관, 신경, 연골 등)으로의 분화를 유도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된 임상 2a 시험은 총 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치료제는 방광 내 염증 부위에 직접 주사로 투입됐다. 그 결과, 치료 환자 중 8명에게서 병변 크기의 감소, 2명은 병변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가 확인됐다.
특히 2천만~5천만 개의 줄기세포를 방광 내에 직접 주입했음에도, 줄기세포 관련 부작용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방광 내 염증 병변(Hunner's lesion)이 완전히 사라진 사례까지 나왔다. 이로 인해 ‘MRMC-01’은 단순히 증상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방광 조직자체의 회복을 도와주는 근본적인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받았다.

이미 MMSC는 2022년 정부로부터 신기술(NET, 신기술인증 제197호)로 공식 인증받았으며, 식약처로부터 ‘개발 중인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돼 임상 3상을 면제받는 패스트트랙에 진입했다.
박주연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줄기세포가 염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증상을 개선했고, 이상 반응도 전혀 없었다”며 “이는 줄기세포 치료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입증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연구는 임상 2a를 마치고, 삼성서울병원과 이대목동병원 등에서 50~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b를 준비 중이다. 임상 2b가 완료되면 곧바로 치료제로 승인돼 상용화 길이 열린다.
그러나 박 교수는 "임상 2b에 들어가려면 약 50~60억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며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이 삭감돼 연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우리가 지금까지는 외국 기술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에 머물렀다면, 이번 줄기세포 치료제는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퍼스트 무버’의 기회를 목전에 둔 것"이라면서 "마지막 관문인 임상 2b는 조그만 벤처 혼자 해낼 수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이 기술은 사장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간질성 방광염은 국내에서는 약 1만8000명의 희귀질환 환자에 해당되지만, 미국에서는 약 500만 명에 달하는 일반 질환으로 분류돼 막대한 시장이 열려 있다. 연구팀은 임상 2b 완료 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Licensing-out)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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