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의 핵 시설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해협으로 원유의 70% 정도를 수입하는 한국은 원유 가격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 TV는 "이란 의회는 이란의 평화적 핵 시설에 대한 미국 공격에 대한 단호한 대응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 소속인 에스마일 코사리 의원은 이날 이란 의회가 미국의 공격 및 국제사회의 침묵에 대응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최종 결정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C)의 몫이라고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병목 지점 중 하나로,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원유는 약 70%가 이곳을 거쳐 들어오고 있으며, 일본 역시 수입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해 운반되고 있다. 원유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이 해협을 통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는 구조다.
방송은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외해를 연결하는 유일한 해상 교통로이며,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들이 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해협의 교란이나 폐쇄가 국제 유가의 즉각적인 급등으로 이어져 세계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고 전했다.
방송은 "미국이 22일 일요일 아침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기 전, 전문가들은 이란에 가해지는 전쟁이 해상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며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일부 예측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대체 항로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여 유가가 첫 주에 80%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 이날 미국 방송 NBC의 <미트더프레스>에 출연해 "이는 자살 행위"라며 "이란의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미국의 개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이란 측에 여러 채널을 통해 직접 및 비공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이란 측으로부터 간접적인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다음 조치가 이후 24시간 안에 명확해질 것이라면서 "매우 민감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의) 정권 교체는 우리가 추진하는 목표가 결코 아니다"라며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한지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내일 그들과 대화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지난 열흘 간 이란이 미국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이 "우리와 직접 대화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 시설 공격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란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이란 핵 시설 3곳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방송 CNN은 이란 포르도 핵 시설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최소 6개의 구멍이 생겼는데 이는 벙커버스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송은 "위성 사진은 해당 시설이 위치한 산비탈의 색깔이 크게 변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공습 이후 광대한 지역이 회색 화산재로 뒤덮였음을 시사한다"며 "아직까지 지하 시설의 피해 수준은 불확실하다"라고 보도했다.
이란원자력기구(ATO) 대변인 베흐루즈 카말반디는 미국의 공격 이후에도 민간 차원에서 핵 발전 분야의 개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 반관영 매체 영저널리스트클럽(YJC)과 인터뷰에서 "우리 시설이 공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역량을 고려할 때, 원자력 산업은 지속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시설에서 미국의 공격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는데, 해당 시설 세 곳에서 방사능 오염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폭탄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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