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정치인들은 중대한 정치적 결단이나, 큰 선거에 도전할 때 종종 자신의 좌우명을 언론을 통해 알린다.
자신이 품은 뜻을 압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그 의지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그보다 좋은 레토릭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을 문구처럼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고 '경천애인(敬天愛人)'이나 '사민여천(事民如天; 백성을 섬기기를 하늘과 같이 하라)'는 구절도 자주 붓글씨로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평생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말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중대한 결정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으며 지금의 묘비명으로도 남아 있다.
좌우명이라는 말의 의미는 '앉아 있는(座) 자리의 우측에(右) 새겨놓은 문구(銘)'라는 의미다.
평생을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앉은 자리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가슴깊이 새긴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6.3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좌우명이 언론에 거론되면서 정치인들의 좌우명이 다시 화제를 모은다.
하룻밤새 엎치락 뒤치락으로 간신히 선관위에 등록을 마친 김문수 후보는 선거 슬로건을 '새롭게 대한민국, 정정당당 김문수'로 확정했다.
'정정당당 김문수'는 노동운동가 시절 모진 고문을 겪으면서도 동료의 이름을 팔지 않은 신념과 김 후보의 좌우명인 '청렴 영생 부패 즉사'의 정신을 담았다고 선대위는 설명했다.
실제로 김 후보는 15년 전인 2010년 경기도지사 후보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좌우명을 청렴영생(淸廉永生), 부패즉사(腐敗卽死)라고 언급했으며 그 외에도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김 후보는 '희망 한다발 주세요-명사 30인의 좌우명·애송시'라는 책에서 윤동주의 <서시>와 함께 자신의 좌우명을 '선공후사 멸사봉공'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2018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을 당시에 한 언론은 김 후보의 좌우명이 '언행일치'라며 "3선 국회의원과 2번의 경기지사를 보내며 다져온 정치인생 철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과 '지금은 이재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대표하는 좌우명은 '억강부약(抑强扶弱)'과 '대동세상(大同世上)'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중점적으로 많이 언급했고 모든 선거 공약이 이에 기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억강부약'은 강함을 억누르고 약함을 도와준다는 의미로 '정치란 강한 이를 누르고 약한 이를 돕는 것'이라는 삼국지 위지 왕수전(王修傳)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집권초기에 경제 정책을 두고 "억강부약이라고 하는 정치의 아주 초보적 원리를 역행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을 한 바 있다.
2020년 이재명 후보와 인터뷰를 했던 한 언론은 "어린시절 뼈저린 가난을 딛고 일어선 이재명의 좌우명은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이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는 스스로 쓰는 생활기록부를 통해 자신의 좌우명을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라고 밝히고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시절 시장 집무실에 '덕풍만리(德風萬里: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 만리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편액을 걸어 두었는데 당시 시장실을 방문했던 조국 혁신당 대표가 10년 전의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다시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