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7일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후보 간 갈등도 계속될 전망이다. 두 후보는 다만 다음날 추가 회동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대화 채널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오후 6시경부터 1시간 20여분 간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단일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회동 뒤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의미 있는 진척은 없었다"며 "제 나름대로 단일화 방안을 말했지만, 한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 그대로다. 조금도 보태거나 더 진척할 것 없다. 모든 것은 당에 맡겼다. 당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확고하고도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정현 한덕수 캠프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합의된 사안은 없다"며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께서 입장 발표하셨던 내용대로 똑같다"고 했다.
앞서 한 후보는 이날 회동 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절차는 국민의힘 알아서 정하면 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응하겠다"며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문수, 韓에 "11일 지나면 자동 단일화 되는 것이냐"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후, 김 후보는 기자들 앞에서 '자동 단일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자신이 한 후보에게 "11일 지나면 자동으로 단일화가 되는 것이냐"고 묻자 한 후보가 "그렇다. 11일까지 진전이 없으면 등록 안 한다. 무소속 출마할 생각도 없고, 등록 계획을 준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이어 "이 일을 누가 했나. 전혀 후보등록할 생각도 없는데 (한 후보를) 누가 끌어냈나"라며 "후보 간에 만나서 서로 대화해서 근접할 수 잇는 기회를 완전히 다 막아놓고 이렇게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질타했다.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당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회동 뒤 양 후보 측은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조용술 김문수 캠프 대변인은 "(김) 후보님은 열어놓고 (단일화 방안을) 하나하나 말하려고 했는데, 한 후보는 '아까 말한 걸로 대체하겠다'며 대화가 진척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한 후보 측 이 대변인은 "(김 후보가) 깊은 내용을 이야기 안 하시는 것을 보니까 그다지 준비가 돼서 나온 것 같지 않다. 그런 내용을 기대했지만 없었다"고 상반된 이야기를 꺼냈다.

꼬이는 金-지도부 관계…당무우선권, 선관위 재가동 놓고 '진실게임'
후보 간 담판이 결렬됨에 따라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당 지도부와 김 후보 간 충돌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무총장 교체, 단일화 방식 등을 놓고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 간 벌어진 '당무우선권' 논란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조 대변인은 "당무우선권은 적법 절차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힘 정식 후보인 김 후보에게 있고, 김 후보가 당 대표 지위와 같은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며 단일화 등에 대한 "당 입장(을 정할 권한)은 김 후보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의사에 반해 단일화에 대한 찬반을 묻는 당원투표를 이날 진행한 데 대해서도 "지시 불이행"이라고 날을 세웠다.
두 후보 간 회동이 시작된 지 20여 분만에 김재원 김문수 캠프 미디어총괄본부장이 회동장 밖에 있던 기자들 앞에 서 권영세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우여 전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만나 "'회동은 결렬될 것이 명확하다. 그러므로 저녁에 곧바로 선관위를 다시 열어 내일(8일) 후보자 토론, 모레(9일)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두 분을 왜 마주앉게 했나"라고 당 지도부를 질타한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전 선관위원장이 김문수 캠프 측에 권 위원장의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취지가 상당 부분 왜곡"됐다며 권 위원장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단일화에 대한 합의를 하든 결렬이 되든 선관위가 TV토론이나 여론조사를 미리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황우여 위원장에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 대변인은 또 "황 위원장은 '지금 나는 김문수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선관위원장을 계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래서 선관위원장 자리는 내려놓겠다'"며 권 위원장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권성동·원로들, '단일화 촉구 단식' 돌입…金 반발에도 당원 여론조사 결과 공개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김 후보를 겨냥한 단일화 압력이 더욱 거세게 나왔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9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기 위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존경하는 김문수 후보님, 이제 결단해 달라"며 "경선 당시 김 후보는 '신속한 단일화'를 약속했다. 우리 당의 많은 의원·당원과 국민들은 이 약속을 믿고 김 후보를 지지했다"고 압박했다.
신동욱 당 수석대변인은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나, 당이 이날 하루 동안 진행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신 대변인은 75만여 명의 선거인단 중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 82.82%가 '필요하다', 단일화 시기에 대해서는 86.7%가 '후보등록 이전'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 측이 "지시 불이행"(조용술 대변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 공개를 강행한 것이다.
신 대변인은 이어 의총 후 2차 브리핑에서는 "(지도부가) 준비한 단일화 로드맵에 따라 원래 예정했던 TV 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저희가 후보들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오늘 오후에 두 후보가 만나셨는데 성과가 없었고, 내일 또 만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저희가 계속 두 후보 사이 입장만 지켜보면서 그냥 있을 수는 없다"며 "로드맵에 따르면 적어도 내일은 TV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이 모든 것은 (김) 후보자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면서도 이같은 결정이 "후보에게는 아직 전달이 안 됐다"고 했다. 그는 다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게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당원들에 대한 저희의 도리"라고 명분을 주장했다.
당 원로들도 김 후보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국민의힘 당사에서는 김무성·유준상 상임고문과 김미애 의원, 김동욱·김종하·권해옥·신경식·목요상·유흥수 고문이 이날부터 단일화 촉구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다만 두 후보 간의 협상 통로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김 후보는 이날 회동 후 밤중에 낸 입장문에서 "단일화 논의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한 후보께 내일 추가 회동을 제안드린다"고 했다. 이 대변인도 "최대한 기존 일정을 조정해 시간이 되는 대로 김 후보를 만나 뵙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김 후보가 재차 "한 후보에게 내일 16시에 뵙자고 직접 연락을 드렸다"고 밝혔으나, 한 후보 측은 "김 후보가 '8일 16시 회동'을 제안해온데 이어, 국민의힘이 한 후보와 김 후보를 대상으로 '8일 18시 토론'을 제안해왔다"며 "저희들은 단일화 방식과 절차를 국민의힘 후보자를 포함한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 한 후보는 8일 18시 국민의힘 토론회에 참여한 뒤 김 후보자를 만나뵙겠다"고 했다. 한 후보 측은 다만 "만약 김 후보의 제안대로 토론에 앞서 16시에 김 후보를 먼저 만나뵙고 18시에 국민의힘 토론회에 참여하기를 국민의힘 후보를 포함한 국민의힘이 희망한다면 그 또한 일정을 조정해 성실히 응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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