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공격으로 인해 SK텔레콤 가입자의 유심(USIM) 관련 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고가 벌어진 가운데, SK텔레콤이 5월까지 500만 개의 유심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K텔레콤과 이 회사의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2500만 명에 달하고 있어 유심 유출로 인한 가입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SK 텔레콤은 홈페이지에 올린 대고객 발표문에서 오는 28일부터 전국 T 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 센터에서 유심 교체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일시에 많은 가입자가 몰려 교체가 어려울 경우 해당 매장에 예약 신청을 하면 순차적으로 교체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미 유심을 교체한 가입자들의 경우에는 교체 비용은 환급할 예정이며, SK텔레콤의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고객에 대해서도 무료로 유심을 교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현재 100만 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5월 말까지 500만 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그런데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 명에 알뜰폰 가입자 187만 명을 합하면 교체 대상자가 2500만 명에 달해,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유심 업체를 통해 공급 물량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자칫 대규모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27일에도 SK텔레콤 유심 재고는 교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무료 부가서비스인 '유심보호서비스'가 유심교체와 동일한 피해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일단 이 서비스에 가입한 상태에서 교체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서비스 가입을 독려했으나, 해당 서비스의 경우 해외 데이터 로밍이 차단된다는 점에서 해외에 나가야 하는 일정이 있는 가입자의 경우 이 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5월에는 유심보호서비스를 해외 로밍 중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 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또 유심 해킹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SKT가 100%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SK텔레콤은 "고객분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걱정을 한시라도 빨리 해소하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모든 서버와 시스템의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불법 복제 유심의 인증 시도를 차단하는 FDS(Fraud Detection System) 시스템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해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해킹은 지난 18일 SK텔레콤 사내 시스템에 악성 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유심 인증키 등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해킹으로 인해 '심 스와핑'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심 스와핑은 해커가 갈취한 유심 정보를 통해 똑같은 유심을 만들고, 이렇게 복제한 유심칩을 공기계인 휴대전화에 끼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실상 전화를 복제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로, 해커가 가입자의 은행이나 증권, 가상화폐 등에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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