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무조건 이재명 아닌가요?", "이런 극한 갈등 상황에선 험지에서 경험을 쌓은 김경수가 제격이죠.", "다시 IMF가 올지도 모르는데 김동연 같은 경제전문가가 대통령 해야지."
26일 오후 2시 화창한 햇살 아래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합동연설회를 1시간여 앞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은 벌써부터 뜨거웠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각자의 후보 이름을 외치며 응원전을 펼쳤다. 축제처럼 울려 퍼진 K팝 음악, 깃발과 피켓, 머리띠와 부채가 광장을 파랗게 물들였다.
후보 지지자들은 커다란 파란테 선글라스와 형형색색의 가발을 쓰고 파란 바람개비를 흔들며 "이재명 대통령!", "사랑해요 김동연!", "미소천사 김경수!"를 외쳤다. 캐릭터 탈을 쓴 채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에 맞춰 치어리더 춤을 추는 모습에선 정치 행사보다는 한 편의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곳곳에서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김동연 후보 지지자가 북을 치며 열렬히 외치자, 옆에 있던 이재명 지지자들이 박자에 맞춰 "통일 대통령 이재명!"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네거티브나 갈등은 없었고, 지지자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응원전을 이어갔다.
행사장 주변에는 후보 캠프 텐트와 '나만의 응원봉 꾸미기', '민주당 희망깃발 만들기' 부스가 줄지어 있었고, 간이 음식점과 '먹사니즘', '동고동락', '잼잼기사단' 등 민주당 계열 단체들로 북적였다. 각지에서 몰려든 수천 명의 인파로 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지역 현안은 잊히지 않았다. 사평댐 건설 철회를 요구하는 화순군민들과 무안국제공항 폐쇄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관광업계가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조용한 시위를 이어갔다. 파란 물결 속에 담긴 또 다른 민심이었다.
광주 북구 출신 박동우씨(40대)는 "성남시장 때부터 봐왔지만 위기 때마다 답을 내는 사람은 이재명뿐"이라며 지지를 보였다.
경남 진주에서 온 B씨(30대)는 "김경수 후보가 젊지만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해온 걸 안다. 젊은 사람이 지도자로 나서 지역주의를 넘어야 한다"며 전국 정당을 강조했고, 서울에서 왔다는 자영업자 김민욱씨(51)는 "요즘 서민들 삶이 말이 아니다. 김동연 후보 같은 경제 전문가가 큰 정치를 해야 나라가 바뀔 것"이라며 실용적 선택을 강조했다.

행사 시작 30분을 앞두고 김경수, 김동연 후보도 등장했고 지지자들은 각자의 후보 이름을 목청껏 불렀다.
후보들은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책에 사인을 하며 소통했다. 이재명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고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지며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인산인해를 이룬 행사장 안팎에는 늦게 도착한 당원과 시민들이 긴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렸다.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파괴된 민생과 민주주의를 살리고, 우리 손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진짜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구걸자치가 된 지방자치를 끝내고, 전국 5권역 메가시티로 호남이 스스로 성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후보는 "IMF보다 더한 경제 위기 속, 호남 청년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경제 전문가로서의 강점을 내세웠다.

결과는 이재명 후보의 압승이었다. 호남경선 결과 이재명 후보는 88.69%를 득표했다. 김동연 후보는 7.41%, 김경수 후보는 3.90%에 그쳤다.
다만 투표율은 53.67%로, 영남권(70.88%)과 충청권(57.87%)에 비해 저조했다. '민주당 텃밭'이라 불리는 호남의 참여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대명' 속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는 당내 경선이 당원들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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