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이 떠나는 지역, 미래는 없다”
지난해 12월, 전라북도 소재 중견기업이 연구직 졸업생 추천을 요청했다. 학과 졸업예정자 10여 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전화를 돌렸으나, 모든 학생이 수도권 취업을 선택하며 정중히 거절했다.
비수도권 청년 64%가 수도권 이주를 희망하는 현실에서, 지역에 남으려는 청년을 찾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버렸다. 청년들이 말하는 ‘현타’는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다. 구조적 문제에 대한 냉정한 인식의 결과다.
왜 청년은 지역을 떠나는가?
그 이유는 첫째, 일자리의 양적·질적 빈곤이다. 지역에는 단순 제조업과 농림어업 위주의 일자리만 남아 있다. 임금, 복지, 고용안정성, 성장기회 모두 수도권과 격차가 심각하다. 청년들은 스스로를 ‘루저’라 자조하며, 고소득·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다.
둘째, 문화적 사막화다. 수도권에는 대규모 공연장, 영화관, 대학가가 밀집해 있지만, 지방은 문화시설 접근성이 낮다. 대중교통 불편으로 이동 비용이 증가하며,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셋째, 교육기회의 편중이다. 우수 교사와 교육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며, 지방대학의 경쟁력은 약화됐다. 사교육 접근성 차이와 지역별 고용시장 불균형은 청년 유출을 부추긴다.
2023년 5월 기준 우리나라 20~39세 청년 인구는 84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9만 명 감소했다.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의 청년 순유출률은 -27.3%에 달한다.
경남 하동군(-42.0%)과 충북 영동군(-40.1%)은 이미 ‘소멸’ 직전이다. 전북의 경우 2001~2021년 22만 6,000명이 유출됐고, 20년 후 청년 인구는 최악의 경우 현재의 절반(22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청년이 떠나면 지역경제는 붕괴한다. 기업 인력난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신기술 도입 주체가 사라지며 혁신 동력이 약화된다. 소비주체 감소로 소매업·식당이 문을 닫고, 부동산 공실률이 증가한다.
사회적으로는 2050년 전북 노인 인구 비중이 46.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가 문을 닫고, 지역대학은 신입생 미달로 시스템이 무너진다. 청년 예술가와 창업자 유출로 지역 문화 생태계도 황폐화된다.
해외는 어떻게 청년을 끌어들이는가?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초는 청년 아티스트에게 무상 창작공간을 제공해 5,000명을 유입했다. 미국 텍사스주는 이주 청년에게 1만5,000달러를 지원하고 원격근무 인프라를 확충했다.
독일 뮌스터는 지역대학과 기업을 연계해 졸업생 70%를 현지에 취업시켰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거, 일자리, 문화를 묶은 ‘패키지 전략’이다. 지역자원을 재해석해 청년 주도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수익모델로 연결하는 3단계 구조가 핵심이다
지역을 살리는 해법은 세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지방대학 무상등록금 제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 독일은 공립대 무상교육을, 프랑스는 등록금 80%를 국가가 부담한다. 우리도 지방국립대 무상화(연 3조6,000억 원)로 교육기회 평등과 지역소멸 방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지역내 우수한 일자리 창출전략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많이 되고 있는 새만금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새만금은 이차전지·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단일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해양, 우주, 바이오의 3대 축을 융합한 첨단 클러스터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 성장모델은 일자리 창출과 기술 유치에 한계가 명확하며, 특정 산업 경쟁력 약화 시 지역경제 붕괴 위험을 초래한다. 단일 산업 의존을 탈피한 혁신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산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각화된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문화 인프라 혁신이 시급하다. 버려진 공장을 VR/AR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빈 상가를 청년 창작 스튜디오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지역 화폐(문화 이용권)를 도입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며, 주민과 청년이 함께 마을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협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서 꿈을 이룰 때 비로소 균형 발전의 초석이 마련된다. 청년 유입 없는 지역은 생명력을 잃는다.
정부는 지역 소멸 위기 대응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청년 주도의 혁신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업에는 지역 청년 고용 시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개인에게는 주거비·교육비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청년이 정착하는 지역에서 미래의 싹이 트인다. 지금이 바로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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