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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청 1118억 원 쏟아부은 스마트기기 보급사업, 현장에선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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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청 1118억 원 쏟아부은 스마트기기 보급사업, 현장에선 "필요없다"

2020년 구형 태블릿을 2023년에 보급…2024년 지급 노트북은 책상 절반 이상 크기

광주광역시교육청이 3년간 1118억 원을 들여 추진한 1인 1스마트 기기 보급사업이 노후 기종 지급과 함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25일 광주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디지털 격차 해소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2023년부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의 대규모 보급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대여 형식으로 운영되며, 중학교 1학년이 기기를 지급받아 고등학교 3학년 졸업 시 반납하는 방식이다. 노트북은 내구연한이 6년, 태블릿PC는 5년이다.

이후 회수 후에 폐기처리 되거나 개도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최초 기기 분실시 학생이 40%를 지불해야 하고, 파손 시 수리비는 학생이 20%를 부담하게 된다.

▲18일 열린 '학생 스마트기기 보급 전달식'에서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과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2025.3.18ⓒ광주교육청

첫 해에만 645억 원을 투입해 태블릿과 노트북 8만5887대를 지급했다. 이후에도 매년 노트북 1만여대·200억 원대 예산이 집행되며, 누적 투입된 예산은 3년간 1118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기기 선택과 보급 방식이었다. 2023년 보급된 갤럭시탭 S6 라이트는 2020년 출시된 구형 모델로, CPU성능은 2016년 출시된 갤럭시S7 스마트폰 수준에 불과했다. 출시 당시에도 IT 업계에서는 '플래그십 S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연구학교나 시범 운영 없이 일괄 보급이 이뤄졌고,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수령을 거부해 창고에 쌓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졸업 등으로 반납된 기기는 양품화를 거쳐 초등학교로 재배부됐지만, 초등교사 A씨는 "사용도가 낮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광주교육청 노트북 우회프로그램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동영상. 시연영상의 바탕화면에는 각종 게임들이 설치돼 있다ⓒ인터넷 갈무리

문제가 지적된 이후 설문을 통해 2024년부터는 노트북만 보급하고 있다. 올해 보급된 제품은 2024년 출시된 갤럭시북4 프로 360 제품이다.

실제 일반적인 광주 중·고등학교의 책상 크기는 약 65X45㎝ 사이즈인데, 올해 보급하는 노트북은 35.5X25.2㎝의 크기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노트북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 사립중학교 한 교사는 "노트북은 일주일에 한 두번 사용하는 수준이다. 30년 된 좁은 책상 위에서 노트북을 원활하게 사용하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기기를 학생들이 관리하다 보니 수업 후엔 교실 곳곳에 널브러진다"고 전했다.

보안을 위해 설치된 모바일 기기 관리 프로그램(MDM)도 학생들 사이에서 우회 방법이 확산되며 무력화돼 리콜 조치도 시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우회 프로그램이 온라인에서 3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박삼원 광주교사노조 위원장은 "일선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막기 위해 걷어가는데 노트북을 지급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디지털 기기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또 억지로 지급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선 교육감에게 바란다'에는 노트북 관련 글이 보급 첫해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2025.04.24ⓒ광주교육청 누리집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이정선 교육감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노트북 지급 중단 등을 요구하는 민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한 필수 조치였다"며 "고등학생의 경우 인터넷 강의 등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블릿PC를 보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산상 한계로 보급형 기기 선정이 불가피했다"면서 "MDM은 지난해 회수 조치를 통해 보완을 완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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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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