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등 뉴스통신사, YTN 등 방송, <서울신문> 등 일간지, <헤럴드경제> 등 경제지는 23일 일제히 국민MC 유재석이 광고 모델로 나와 선전한 고려은단의 '멀티비타민 올인원' 제품에서 장기 복용할 경우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요오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제품은 고려은단 헬스케어(주)가 만든 것으로 소비기한이 제조일인 2025년 2월 11일부터 2년까지인 2027년 2월 10일까지로 두 달여 간 소비자에게 팔려 왔다. 제품에는 요오드 함량이 60㎍으로 표시됐으나 실제로 분석한 결과 216%에 해당하는 129.6㎍이 검출됐다. 회사는 이 제품을 ‘대한민국 1등 멀티비타민’으로 홍보해 왔으며 지난 2022년 생산실적 기준 국내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 합성에 필수적인 미네랄이지만, 과잉 섭취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항진증, 위장 자극, 피부 발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은 대부분 소비자가 매일 꾸준히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어서 이번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집단 인체 위해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식약처와 회사는 왜 보도자료 내지 않았는지
한데 이번 사건 보도의 경우 언론사들의 보도 기사 형식이 좀 이상했다. 기사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표준적인 기사 형식이 아니었다. 고려은단 쪽이 불량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고 하는 비판보다는 회사 쪽이 문제를 먼저 알아내고 식약처에 알려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는 반(半)미담성 기사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려은단 쪽이 보도자료를 냈는지, 아니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도자료를 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려은단의 홈페이지와 식약처의 홈페이지, 그리고 식약처가 별도로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등을 두루 찾아보았다. 공지 사항, 언론 보도자료, 보도 참고자료, 해명자료 등을 30분 넘게 뒤졌으나 관련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식약처와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고려은단 멀티비타민'이란 키워드를 넣어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식약처 홈피에서는 관련 내용이 없었고 식품안전나라에서 '위해 예방 1건/멀티비타민 올인원 요오드 부적합/회수·판매 중지'란 정보가 떴다. 구매자나 소비자가 궁금하게 여길 내용은 더 이상 없었다.
언론사들은 23일자 보도에서 제조사가 "최근 검사 결과 일부 제품에서 요오드 함량이 표시 기준을 초과한 것을 확인했다. 전수 조사를 통한 자체 품질 검사 과정 중 선제적으로 발견됐다. 정확한 원인은 현재 분석 중이며, 이를 인지한 즉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진 보고해 제품의 자발적 회수 및 판매 중단 조치를 시행했다. 제조 공정 전반의 함량 관리 및 전수 조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고려은단·식약처가 아닌 식품산업협회 연구원이 문제 적발
이 또한 제조사가 왜 전수 조사를 갑자기 했는지가 이상해서 다시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geulmalu'란 이름의 블로거가 언론사 보도 일주일 전인 4월 17일에 올린 '고려은단 멀티비타민 올인원 회수 판매 중지 제품 확인'이란 글에서 한국식품산업협회 부설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이 이 비타민 제품의 성분을 정밀 분석해 요오드 과다 함유 사실을 알아냈다고 지적했다. 자체 분석이 아니라 타 기관에서 품질 검사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려은단은 자체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검사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추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밝힌 것도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고려은단 쪽은 홈페이지를 통해 "좋은 원료가 좋은 제품을 만듭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20년 전통의 세계적인 비타민 전문기업 DSM의 프리미엄 비타민 원료를 사용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외국에서 원료를 들여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사과하지 않는 '1등 비타민 기업'
고려은단은 '11년 연속 대한민국 1등 비타민 기업'이라는 사실을 내세운다. 하지만 정작 불량 유해 건강기능식품 사건이 터지자 홈페이지에서 이를 팝업창 등을 통해 고객에게 알리거나 반납, 환불 등 보상 조치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도 없다. 자그마한 기업도 아니고 종합건강기능식품 회사로 소비자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인지도가 높은 기업임에도 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처신도 매우 부적절하다. 식약처는 어느 정부기관보다도 전문성과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 한데 많은 소비자가 궁금하게 여기고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인데도 이를 신속하게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리지 않았다. 식약처는 실제 회수, 판매 중지 조치가 일어난 뒤 사실상 일주일이나 지나 소비자들이 알 수 있게 된 경위에 대해 소상하게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이번 사건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식약처가 꺼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유일한 정부 부처인 식약처가 고려은단의 이번 문제를 잡아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려은단의 피해를 염려해 이런 사달, 즉 보도가 일주일이나 늦어진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언론과 국회 등은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일들을 파헤쳐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식품 안전 정보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기업, 정부, 언론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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