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의 오랜 숙원인 공공의대 설립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대 국회에서 두 차례 무산됐던 ‘공공의대법’이 22대 국회 들어 재부상하면서, 지역 필수의료 확충과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은 단지 전북의 지역 현안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심화되는 의료 사각지대와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해법으로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특히 남원에 설립이 추진 중인 공공의대는 2018년 폐교된 서남대학교 의대 정원(연 49명)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현재 논란이 되는 의대 정원 증원과는 별개로 추진된다.
6년을 돌아온 논의… “이제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공공의대 설립 논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2월 28일, 교육부의 서남대학교 의대 폐쇄 결정으로 본격화됐다.
같은 해 4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남원 설치 방안을 확정했고, 교육부는 2018년 8월 이를 공식 의결했다. 보건복지부도 2019년 5월 설립 추진단을 꾸리며 준비에 착수했다.
정부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약 24억 원을 설계 및 연구 용역비로 투입하며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2019년 3억 원, 2020년 9억 5500만 원, 2021년 11억 8500만 원이 각각 배정됐다.
하지만 2020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의정협의체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공공의대 관련 논의는 중단됐고, 20·21대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 다시 불붙은 논의… 전북도 “이번엔 끝까지 간다”
정치권은 22대 국회를 맞아 다시 공공의대법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4년 7월 2일,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은 앞서 같은해 6월 정책의원총회를 통해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정책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역시 지난 22일 , 자신의 SNS를 통해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 인프라 기반의 차세대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해 가겠다”고 공약을 밝혔다.
아울러 “지역 간 의료 간극을 해소하고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공공의료 거점을 적극 육성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맞춰 전북도도 공공의대 제정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해 7월, 김관영 전북지사는 제27차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국립공공의전원 설립을 건의했고, 최근에는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과 복지부를 잇따라 방문하며 제도화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다.
25일에는 김종훈 전북도 경제부지사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을 만나 관련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공공의료는 국가의 책임… “의사 수 아닌, 의료 공백 문제”
전북도는 공공의대 설립이 단순한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닌, ‘공공의료 인력의 전략적 양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의대와 달리, 공공의대는 졸업 후 일정 기간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보에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창환 전북자치도 보건의료과장은 “공공의대 설립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구조적 해법 중 하나”라며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한 이 사업은 기존 의대 정원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며, 현행 법령과 제도 안에서 신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대 설립 여부는 다시 국회의 손에 달렸다. 의료계의 반발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공의료 체계 강화 논의가 이번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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