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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제석산 구름다리서 2개월 만에 또 추락사…일곱 번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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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제석산 구름다리서 2개월 만에 또 추락사…일곱 번째 비극

"좋은 추억 많은 길이었는데"…'추락사' 상징이 된 산책길

"또 사람이 죽다니…끔찍해서 다리 밑으로 못 다니겠어요."

지난 21일 새벽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30대 남성이 추락해 숨졌다. 2017년 이후 이 다리에서만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반복되자 주민들 사이에선 "이젠 다니기조차 무섭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당일 오후 찾은 구름다리까지 가는 길에는 남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자살예방 문구가 적힌 나무 팻말이 곳곳에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도 소식을 접한 방문객들은 "30대면 너무 어린데"하는 탄식과 함께 무거운 표정이었다.

친구와 함께 제석산을 찾았다는 주민 B씨는 "두 달 전에도 뭐가 툭 떨어졌는데 사람이었다"며 "운전 중이던 지인이 그걸 눈앞에서 보고 기절할 뻔했다고 했다. 너무 충격을 받아 다시는 이 길로 안 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트라우마가 생겼다는데 뉴스에 크게 안 나오니까 대부분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21일 오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에 자살예방 안내문 등이 붙어 있다. 경고 문구가 적혀 있지만,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2025.04.21ⓒ프레시안(김보현)

애초에 구조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와 함께 찾은 주민은 "여기 원래는 산이었다. 흙을 밀어내고 길을 낸 뒤 구름다리를 세웠는데, 자연도 사람도 다쳤다"며 "지하터널 같은 우회로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시장 선거 때 이 도로를 다시 메우겠다고 공약한 후보도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구조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1999년 설치된 제석산 구름다리는 지면에서 37m 높이의 아치형 구조물로, 길이 76m, 폭 2m의 보행자 전용다리다.

관할 지자체인 광주 남구는 2020년 난간 높이를 기존 1.2m에서 2.0m로 높였지만, 이후에도 사고가 이어지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주민들은 "성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넘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주민 임성진씨(50대)는 "다리를 폐쇄하거나 구조물 전체를 감싸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제석산 구름다리는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불던 지역 명소였지만, 사고가 반복되면서 발길이 줄고 있다.

인근 학교를 졸업한 김대희씨(30대)는 "문성중 다닐 때부터 구름다리를 지나가기 무서웠다. 요즘에도 낮에는 괜찮지만 새벽에는 조용하고 으슥해서 더 불안하다"며 "좋은 추억 많은 곳인데, 요즘은 사고 소식만 들리니 마음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의 모습. 2m 높이의 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주민들은 "성인이 마음먹으면 쉽게 넘을 수 있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2025.04.21ⓒ프레시안(김보현)

22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 14분경 A 씨(33)가 도로 위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호흡과 맥박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지난 2월에도 신변을 비관한 40대 남성이 같은 장소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광주 남구청은 사고 예방을 위해 예산 1억원을 투입, 오는 6월부터 조명, 방범용 CCTV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남구 관계자는 "사고가 반복돼 유관기관과 협의해 올해 1월부터 용역을 진행 중이고 계약도 2월에 했다"며 "6월에 공사를 시작해 7~8월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재발방지대책이 시급하다. 구름다리 자체가 무서울 지경"는 말이 이어진다. 시민들의 일상 속 산책로였던 이 다리는 이제 광주 '추락사고의 상징'으로 남을 위기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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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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