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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망가뜨린 여성가족부,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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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망가뜨린 여성가족부,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기고] 성평등·돌봄사회를 향한 플래그십

2022년 대선 기간에 나타난 '여가부 폐지'라는 다섯 글자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라는 반응이 뒤따랐다. 주요 언론은 이 공약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고, 시민사회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공약은 인수위원회 논의를 거치면서 120개 국정과제에서 빠졌지만 대통령실은 이후에도 틈날 때마다 폐지를 언급했고,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되었다.

그리고 다시 3년 만에 맞이한 대선. 여성가족부가 안정적으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려면 더는 흔들리지 않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다시 원점에서 여성가족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용어 논쟁도 복잡하지만, 이 글에서 '여성'은 '평등'을 의미한다.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정책국은 성불평등을 시정하고 성평등을 촉진하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용어도 '성평등'과 '양성평등'을 같이 쓰고 있어 그에 따랐다.

성평등정책의 중심, 여성가족부…한국 성별격차지수 147개국 중 94위

여성가족부의 핵심 정책이 성평등이라는 점은 왜 '여가부 폐지' 공약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불러왔는지 설명해 준다. 이는 정부가 성불평등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성평등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겠지만 우리 사회 성불평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깊숙이 퍼져 있다. 우리나라의 성별격차지수는 147개국 중 94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경제와 노동 분야에서는 경제활동 참여율, 성별임금격차, 저임금 구조, 직업의 성별 분리, 비정규직, 여성자영업자의 일·가정양립 문제 등 다양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사회의 양극화 심화는 이러한 불평등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젠더폭력 분야도 디지털 전환과 함께 불법촬영과 불법합성물 등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그리고 민간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직에서 여성 비율 또한 이제 겨우 10% 내외일 뿐이다. 무급 돌봄 노동에서 여성들이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저임금 유급 돌봄 노동 또한 여성 비율이 절대적이다. 돌봄 부담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까지 고려하면, 돌봄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는 부처가 바로 여성가족부다. 여성가족부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부처의 존재를 옹호하는데 있지 않다. 성평등·돌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도구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성평등정책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플래그십 부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여가부가 꼭 필요한 이유지만 출범 이후 줄곧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 온 것도 사실이다. 2001년에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로 시작된 이 부처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로 확대 되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 논란이 불거졌고, 여성부로 축소되었다가 2년 뒤 가족정책과 청소년정책을 이관하면서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여가부 폐지' 주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 되었고, 결국 차기 대선 공약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사회가 축적해 온 성평등에 대한 공감대를 생각할 때 한편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년 세대에서 성별 간 긴장도가 높아지고 일부 청년남성들의 차별 주장이 늘어나면서 남성을 어떻게 성평등정책의 파트너로서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숙고와 대안 마련 또한 여가부의 과제가 되었다.

여가부 조직개편의 6가지 쟁점들

2008년 폐지 논란 이후 여성가족부 조직개편 방향과 방법에 대하여는 여러 이야기가 쌓여갔다. 크게 6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이전 정부에서 주장한 것으로 보건복지부 안에 차관급으로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직관적으로 볼 때도 장관급 부처를 차관급으로 낮추자는 것에 다름 아니고, 연금개혁이나 의료개혁처럼 여타의 주요과제가 많은 부처로 가면 성평등 정책은 우선순위에 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두 번째로 8개 부와 청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이 있으니 부처가 없어도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은 해당 부나 청 내부의 업무와 산하기관들의 업무를 성인지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개선사업을 해나가는 과 단위 사업이라 국가의 양성평등계획을 추진하는 여가부와 다른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성평등정책을 굳이 부의 형태로 할 필요 없이 '성평등위원회' 로 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주장이다. 이는 여성부 이전 여성특별위원회의 경험을 복기해보면 수긍하기 어렵다. 위원회는 부와 달리 국무회의 참여를 못하고 법률안 제안권이 없으며 책임 있는 예산 사업을 충분히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특별위원회에서 여성부 신설로 그 방향이 바뀌었었다.

넷째, 여성가족부의 여성정책국 기능만으로 여성부나 성평등부로 더 선명하게 만들자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모든 부처의 주요 정책에 성평등 관점의 통합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생각하면, 작아진 부처의 규모와 위상은 정책 협상을 이끌어내는데 불리하다. 이것이 작은 부처에 속하는 통일부나 보훈부와 다른 지점이다.

다섯째, 인구부 신설과의 통합 방안에 대해 논의가 나올 수도 있다. 22대국회에서 여와 야는 인구 관련 부 신설에 관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수 제안했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도 인구정책기본법안으로 바꾸자는 논의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는 상태이다. 인구정책 논의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정책 사업의 일부 이관이나 통합이 주장될 지 금번 대선 공약을 면밀히 지켜봐야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의 모든 정책 기능을 골고루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여성가족부가 가지고 있는 여성정책, 젠더폭력방지정책, 가족정책, 아동청소년정책은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성이다. 이 정책 주제들은 모두 젠더, 돌봄, 미래를 관통한다. 나날이 커지고 있는 정책 요구에 부합하게 정책과 사업을 키워나가고 지방자치단체와 젠더-행정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계속 늘려나가자는 것이다.

성평등·돌봄사회를 위해

성평등정책의 중심인 여가부는 지금까지 적대적 환경 속에서 어렵게 존치되었다. 사라지고 약화된 성평등정책을 복원하고 성평등·돌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 조직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강화방안에 대하여도 이미 여러 대안적 논의가 쌓여 있다.

현 국무총리 소속의 양성평등위원회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하여 위원회에 권고기능과 권고 이행 관리 기능을 도입하고,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 속에서 각 부처의 양성평등정책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사무국이 필요할 것이다.

또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최소한 과학기술부, 농림축산부, 중소기업벤처부, 기획재정부로 확대해야 한다. 지난 정부 하에 폐지되었던 대통령실 여성가족비서관실도 부활시켜야 한다. 나아가 여성가족부 내에 성평등인권정책실을 신설하여 그 역할을 강화하고, 성평등정책 부서가 많은 사업들을 발굴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옹호와 예산을 늘리고, 광역 자치단체마다 양성평등센터를 갖추게 하여 지방분권에도 대비하여야 한다. 또 성인지 관점의 돌봄사회 전환의 그림을 그려나갈 돌봄사회촉진과를 가족국 내에 설치하고 흩어진 아동정책과 청년정책을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정책으로 일원화시켜 미래세대가 사각지대 없이 돌봄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어줘야 한다.

더 이상의 '폐지' 논란은 무용하다. 사회가 뒤로 가지 않고 앞으로 가려면 먼저 성평등정책이 진보와 보수 모두의 주요 과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성평등은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독일이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를 40여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데는 정치권의 초당적 지지가 있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더 이상 '젠더 갈등'을 이용하면 안된다. '젠더 갈등' 을 의식해 입을 닫아서도 안된다. 광장에서 분출되었던 다양한 시민들의 정책적 요구들을 되새기고 새 정부의 정책 공약과 실천으로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당시 내걸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윤석열 페이스북 갈무리

(이 글은 지난 4월 18일에 있었던 '인권플러스' 단체(대표: 문경란)가 주관하는 제1차 성평등 공론장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김경희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차인순 배재대학교 초빙교수의 발제가 있었고, 차인순이 대표집필 하였다. 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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