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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 아픈 세상이 왔으면"…11년째 광주서 세월호를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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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 아픈 세상이 왔으면"…11년째 광주서 세월호를 지키는 사람들

5·18광장 시민분향소, 여전한 추모 '기억은 멈추지 않는다'

"어제도 비 오고 바람 불고 여기 텐트도 날아갈 뻔했죠. 그래도 세웠어요. 올해도 안 할 이유는 없잖습니까."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세월호참사 11주기를 앞둔 15일 임시 시민분향소 앞에 서 있던 최용호씨(54·광주 촛불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주요 행사마다 음향장비 봉사를 해온 그는 이날도 광장에 나와 다음날 열리는 '기억문화제'를 위해 추모공간을 정비하고 있었다.

5·18 격전의 현장인 옛 도청 앞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정면을 향해 걸려 있었고, 테이블 위엔 국화와 향로, 촛불이 가지런히 놓였다.

최씨는 광주지역 촛불활동가들과 함께 세월호 이후 다양한 사회참사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해왔다. 이날도 18개 마을 촛불단체에서 아침에 1시간씩 추모 피케팅 활동을 펼쳤다.

▲15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옛 도청 앞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11주기 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시민 분향소'.2025.04.15ⓒ프레시안(김보현)

그는 "한 번씩 '아직도 왜 세월호냐'는 얘기를 들는다"며 "이제 그만 우려먹어라'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기억의 공간을 지키는 이들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 조롱 속에서도, 더 이상 참사로 아픈 사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씨는 "세월호 300일 지났을 무렵 유족분들이 민주광장에 도보순례를 온 게 엊그제 일 같다"며 "그 때로부터 11년이나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고 안전한 세상이 왔으면 한다"고 했다.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옛 도청 앞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11주기 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시민 분향소'에서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분향소 안내를 맡은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은 소속 여러 단체들이 교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소속 임윤화 활동가는 "시민상주모임은 특정 단체가 아니라, 다양한 단체의 개인들이 모인 자발적 공동체"라며 "매년, 매달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씨는 세월호를 대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 "분향소를 차릴 때마다 언론에서 전화해서 '올해는 얼마나 왔냐'고 묻는다"며 "추모는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인 진실과 책임을 묻는 일이다"고 꼬집었다.

임씨는 세월호 이후에도 반복된 참사들을 언급하며 "진상규명이 미진했기에 재난은 반복된다. 안전은 개인이 지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시민들이 몇 달간 광장에서 싸워 대통령을 탄핵시킨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용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안전을 담보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향소 천막 한켠에는 노란 집게로 고정된 손글씨 메모들이 걸려 있었다. '28살이 되었을 너희들을 기억한다. 기억은 멈추지 않는다', '죽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다. 11년이 지난 지금 뭘 할까 고민하다 노란 리본을 달고 직접 만들어 나눴다. 잊을 수 없고 잊지 않겠다', '당시 12살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등 진실을 기다리고 추모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데 모였다.

▲15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분향소에는 참배객이 쓴 추모 글귀가 걸려 있다.2025.04.15ⓒ프레시안(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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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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