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동덕여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입니다.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갖가지 이름들이 부여됐습니다.
단언컨대,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시위를 이어갔던 학생들은 그 누구보다도 학교를 사랑하고 대학본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딱 하나, 대학이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해줄 것, 그저 학생들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습니다.
제가 동덕여대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을 악마화하고 폭도로 프레임하는 근거 중 하나인 '음악관 대립 사건'의 전말에 대해 밝히고자 합니다. 부디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이 말을 기억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수를 무릎 꿇게 했다고?
지난 1월 9일, 동덕여대 대학본부는 재학생 10여명에게 "관현악과 졸업연주회 방해 및 성명서 낭독 강요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학교 측은 내용증명에서 학생들이 음악관 건물을 파손했고, 시위대가 음악관을 점거하고 교수들에게 강제로 성명문을 낭독하게 하고 무릎을 꿇게 한 파행 행위가 일어났음을 들어 징계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해당 징계 관련 규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 사건과 관련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들은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수를 무릎 꿇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동덕여대 음악관에서 발생한 사건의 전말을 면밀히 살펴보면, 학생들이 정당한 요구를 하는 과정에서 특정 교수와의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학생들이 교수를 강제로 무릎 꿇게 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사건의 경위를 명확히 정리하고, 허위정보가 퍼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씌워진 오명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저는 해당 징계 및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나 그 장소에 있었던 학생이며, 관련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글을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음악관 대립 사건'의 전말
지난해 11월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과 관련해 학내 투쟁이 시작되었을 때, 학생들이 시위 과정에서 본관을 점거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음악관 점거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예대 학생회 측에서 음악관 점거를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고, 음악관 내부 및 학교 내 대자보를 제거하지 않는 조건으로 음악관 점거는 하지 않고 졸업연주회를 진행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합의와 달리 음악관 내부의 대자보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시위하던 학생들이 상황 파악을 위해 음악관을 찾았고, 관현악과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교수 측에서는 졸업연주회에 많은 인력과 돈이 들어갔으니 시위를 하지 않는 대신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긴 성명문을 교수진이 낭독하고 연주회를 진행하는 것이 어떻냐는 취지의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성명문을 읽으면 되는지 학생들에게 찾아서 달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학생들은 졸업연주회가 진행돼야 한다는 상황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학내에서 올라온 여러 학생단체의 성명문 중 한 중앙동아리의 성명문을 찾아서 교수님들께 보여드렸고, 이를 변형해서 읽는 방식으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 한 교수님께서 연주회장에 출입할 수 없다고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학생들은 놀라 마주 무릎을 꿇은 뒤 이러실 필요 없다며 교수님의 손을 잡고 일으켜드렸습니다. 연주회에서는 성명문 낭독이 되지는 못했고 이런 상황이 있다는 언급만 있었습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다른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왜 사람을 못 믿느냐, 이렇게 했으니 됐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들은 죄송하다며 허리 숙여 사과를 드리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시위하고자 했던 학생들과 그것을 막고자 했던 교수님들의 입장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분명 마찰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음악관에서는 점거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파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교수님을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려 했으며, 신체적인 위협을 가하거나 강제적인 행동을 취한 적이 없습니다. 교수님들이 자리를 떠나실 때에도 고개 숙여 사과하며 배웅했습니다. 교수진이 성명문 낭독이라는 합의점을 먼저 제안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성명문을 낭독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성명문을 낭독하게 했다'며 징계를 내리려고 하고, 언론은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수를 모욕했다"는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실제 사건의 본질을 한참 벗어난 채 학생들을 향해 과도한 공격이 벌어진 것입니다.

학내 민주주의가 무너진 대학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사실 확인 없이 학생들을 비난하는 논조의 기사와 온라인 게시물들은 계속해서 쏟아졌고, 악성댓글과 학생들을 향한 성희롱, 외모비하, 모욕적인 표현들이 온라인에서 난무하며 일부 학생들 대상으로 신상털기와 2차 가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는 과거부터 수많은 시위와 학생운동에 있어서 해당 주체나 집단을 악의적으로 폄훼하며 실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그 대상을 공격하기 위해 반복돼 일어났던 일들입니다. 사건을 비판할 수는 있으나, 비판은 사실에 기반을 두고 그 누구도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는 방향이어야만 합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평화적으로 시위하려고 했던 학생들까지 징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부당징계가 아닙니까? 교수들이 합의점으로 제안한 성명문 낭독조차 '강제로 성명문을 낭독시켰다'라며 대학본부가 허위로 내용증명을 발송했는데,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학생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압박하는 학교를 학생들이 믿을 수 있습니까?
모든 상황은 학교가 비민주적 독재행정을 강행하는 사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과 졸업연주회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 계셨던 교수님 사이에서 발생했던 일이었으며, 서로가 각자의 입장에서 간절했고 그래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위를 하려 했던 학생들은 자신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정당한 요구를 했으며, 학교와 교수진이 같은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함께 해주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그러나 학교는 그 노력들을 지우고 묵살했으며, 학생들은 부당한 징계의 대상이 됐습니다.
학생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단순하고 이기적인 요구가 아닙니다. 보다 나은 교육환경과 학생들의 권리를 위한 정당한 외침입니다. 학내 민주주의가 무너진 대학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학생들을 탄압하고, 그들의 정당한 운동을 불법시위라 규정하는 대학본부와 교수진이야말로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동덕여대 음악관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학생들과 학교 간의 오랜 갈등과 투쟁이 표면화된 사례입니다. "래커칠 54억 논란", "불법 시위"와 같은 마타도어 또한, 학생들의 진실된 의견을 듣기보다 여대 학생들을 악마화하고 조회수 장사에 이용하려는 언론과 유튜브에 의해 왜곡된 것이 많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허위사실로 인해 정당한 목소리가 묵살되지 않기를 바라며, 학생들이 요구하는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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