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 대선 출마를 예고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토요일인 12일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은 당초 다음날인 13일 출마선언을 예고한 상태였다. 구체적 장소는 정하지 않았지만 언론 공지를 통해 "출마선언 장소는 오 시장이 서울시정의 가장 중심축을 형성해 온 '약자동행'정책을 대한민국 정책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 알리기까지 했다. 때문에 그의 전격 불출마 선언은 돌연한 일로 여겨진다.
오 시장은 "정치인에게 추진력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지만 멈춰야 할 때는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며 불출마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탄핵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 무렵부터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국가 번영'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보수의 소명을 품고 대선에 나서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며 "하지만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을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 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오 시장은 향후 행보에 대해 국민의힘 다른 주자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오 시장은 "비록 저는 출마의 기회를 내려놓지만, 당과 후보들에게는 딱 한 가지만 요청드린다"며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달라"고 하고는 이어 "저의 비전과 함께 해주시는 후보는 마음을 다해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보수의 일원답게 중심을 지키고 계속 국민의 삶을 챙기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자신의 정치 비전을 '새로운 보수'로 요약해 제시하며 이를 자신의 불출마 결심과 연결시켰다. 그는 "지금의 보수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대안이 되기는커녕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며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진심으로 '보수가 새롭게 태어났다, 기대할 수 있겠다'고 체감할 수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제 한 몸 기꺼이 비켜드리고 승리의 길을 열어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오만이 횡행해 우리 정치가 비정상이 됐는데, 평생 정치 개혁을 외쳐온 저마저 같은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특히 그는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정이 중단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통렬히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 당정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 국민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민심을 오독한 책임은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라고 부연하며 "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저부터 반성하고 참회한다"고 해 주목을 끌었다.
한편 지난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할 능력이 부족함을 느꼈다"며 "출마선언을 철회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꿈을 접는 대신 국가 대표가 될 자격을 갖춘 사람을 찾아서 그 분의 캐디백을 기꺼이 매겠다"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위기감을 절절이 느낀다. 국민의힘은 국민을 감동시킬 비상수단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써야 한다. 세상에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고 한 것은 그가 차기 대통령의 자질로 "위기의 국가를 경영할 경륜의 지도자", "국제무대 경험이 많아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킬 사람", "정치 IMF를 탈출시킬 비정치인" 등을 거론한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보수진영 일각의 '한덕수 차출론'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앞서 오 시장도 이날 불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분은 본인의 의지와 결단력이 중요하다"며 "한덕수 총리의 경륜이나 역량, 품성에 대해서는 제가 깊이 존경하고 국민도 높은 평가를 하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책임지려면 본인의 의지·결단으로 입장을 스스로 밝히고 국민 선택을 기다리는 마음가짐이 필수"라고 하면서도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 한 총리가 스스로의 결단과 의지로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하기도 했다.
오 시장과 이 전 대표의 불출마로, 현재 출마를 선언하거나 이를 확정 예고한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김문수, 나경원, 안철수, 양향자, 유정복, 이철우, 한동훈, 홍준표(가나다순) 8명이 됐다. 출마가 점쳐졌던 유승민 전 의원은 당 선관위가 경선 룰을 '당심 50: 민심50'으로 정하고 이중 '민심' 부분인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겠다고 결정하자 "대국민 사기"라고 격하게 반발하며 주말 동안 출마 여부를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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