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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과의 정석, 타이밍·내용·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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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과의 정석, 타이밍·내용·태도

구리시 시정소식지 관련 백경현 구리시장의 사과에 대한 아쉬움

2025년 4월호 구리시 시정소식지가 구리시의회 소식이 누락된 상태로 배포돼 논란이 빚어졌던 사태에 대해 백경현 구리시장이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리시의회에 사과했다.

관련기사 - 2025.03.31. [기자수첩] 구리시 시정소식지에서 사라진 의회소식, 이유 살펴보니…(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33111041192837)

백 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리시의회와 원만한 협의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과정을 떠나 시정소식지 발행인으로서 구리시의회 의장과 시의원들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하며 구리시의회가 주장한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현재 구리소식지의 컨텐츠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구리시 시정소식지 편집위원회(이하 편집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을 통해 구리소식지 게재 기사의 공정성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여기에 더해 “제8대 구리시장으로 취임하면서 강조했던 ‘구리시의회와의 상생’ 기조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라며, “집행부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를 바라며, 이번 일이 집행부와 시의회가 소통의 창구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백경현 구리시장의 사과에 대해 구리시 홍보팀은 “시장이 먼저 손을 내밀며 재발 방지 대책을 밝힘에 따라, 강대강으로 치닫던 구리시 집행부와 구리시의회의 충돌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시의회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백 시장의 사과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뒷맛이 그리 개운치는 않다.

사과에도 정석이 있다. ‘신속할 것, 구체적이며 개선 방향이 담길 것, 진정성이 있을 것’이 그것이다. 더 간단하게 말한다면 타이밍, 내용,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먼저 타이밍,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구리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성명서를 통해 “구리소식지 4월호에서 의회소식란이 통째로 삭제된 채 배포된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시의회에 대한 폭거이며 시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 때가 3월 28일이었다.

그리고 구리시가 구리시의회의 성명서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며, 사실관계조차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나온 촌극”이라는 반박 보도자료를 낸 때는 3월 31일이었다.

이전의 입장을 바꾼 사과 관련 보도자료는 4월 10일이 돼서 나왔다. 신속하지 못했고 우왕좌왕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두 번째로 지적할 것은 ‘구체적이며 개선 방향이 담길 것’에 관해서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사항은 단순한 의회소식의 누락이 아니라 의회소식에 담긴 내용이다. 서울 편입과 GH 구리 이전이 서로 상충된다는 의견과 함께 경기도가 GH 구리 이전 절차를 중단한 것에 대한 대책을 묻는 내용이 문제의 핵심이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시장은 이를 살짝 회피하고 “‘구리시 시정소식지 편집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을 통해 구리소식 게재 기사의 공정성을 강화할 것”을 내세웠다. 뿌리를 놔두고 곁가지를 만지는 것과 같다.

더 나아가 ‘구리시 시정소식지 편집위원회’는 이제까지 의회소식란에 들어갈 내용을 사전에 검토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의회소식란은 편집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게 이제까지의 관례였다. 의회소식란의 편집권한은 의회가 지니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 ‘구리시 시정소식지 편집위원회’의 위원장은 부시장이 담당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부시장이 공석이기에 편집위원회 위원 중 1인이 담당하는 부위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과연 민간인인 부위원장이 의회소식란에 들어가는 내용을 의회와 조율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의회소식란의 편집권을 의회에 일임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게 깔끔한 조치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끝으로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이번 보도자료의 처음과 끝 내용은 사과이지만 그 사이에는 많은 변명이 나열돼 있다. 발행 일자와 내용이 일부 일치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수정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차라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사과가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모든 책임을 시민들로 구성된 ‘구리시 시정소식지 편집위원회’에 떠넘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민 편집위원들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월 1회 회의에 참석해 1~2시간 동안 기획안과 가목차를 살피고 소액의 회의 참가수당을 받는 이들에게 전체 원고를 읽게 하고 원고를 심의하고 수정사항까지 체크하도록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과와 개선방안은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 의회소식란은 의회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며 사과하면 된다. 서울 편입과 GH 구리 이전 문제는 의회와 소통하며 정리하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일단 백 시장의 사과로 껄끄러웠던 의회와 집행부 사이에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말의 잔치’로 끝날 일은 아니다. 소식지 문제는 손가락일 뿐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서울 편입과 GH 구리 이전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구리소식지 표지.ⓒ구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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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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