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그는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면서도 "대내외 경제 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 보자는 취지"라고 재계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인 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13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을 걸고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정부·여당 내에서도 혼란이 가시화됐음에도 한 대행이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낸 것이다.
한 대행은 "법률안의 취지는 이사가 회사의 경영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주주 등 일부 집단의 이익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 주주 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률안의 문언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에 기업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 대행은 "이러한 불명확성으로 인해 동 법률안은 일반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했다.
그는 "이는 결국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입법과정에서 입법 취지를 명확히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협의 과정이 부족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거쳐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1.5%에서 43%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한 대행은 "모수 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우리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연금 재정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 대행은 이날 지연되고 있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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