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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개발역사를 통해 바라보는 지속가능한 모습 상상하기

[제주의 녹색분칠]

송악산은 3800여 년 전 바다속 불기둥을 내뿜으며 솟구쳐 오른 화산체다.

평화로웠던 형제섬은 얼마나 놀랐을까? 바로 옆에 있던 산방산은 이 놀라운 상황을 토끼 눈으로 지켜봤을 것이다. 지질학에서는 만년이 한 살이라 한다. 그렇게 본다면, 송악산은 4개월이 채 안 된 영유아인 셈이다.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바다 속에서 폭발하고 다시 한번 더 폭발한 젊은 이중 화산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뇌두와 봉우리, 정상에는 깔대기 모양의 분화구. 전 세계에서도 희귀한 형태의 분화구로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중요 할 뿐만 아니라,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며 손꼽히는 절경을 지닌 곳으로 생태적 가치와 역사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 송악산 정상에 오르면 눈 앞에 펼쳐지는 아득한 수평선과 눈에 담을 수도 없는 드넓은 푸른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 내가 살고 있다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운 경관과 지질학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자본가들은 이곳을 끊임없이 개발하고자 했다.

▲송악산 전경 ⓒ비짓제주 홈페이지

송악산 개발사업의 시작

1988년, 송악산과 알뜨르에 비행장을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었다.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제정 반대를 외치는 제주도민과 제주개발특별법 반대를 죽음으로 외치며 맞섰지만 제주도개발특별법은 통과되었다. 이후 제주는 곳곳에서 개발의 몸살을 앓고 있다.

1994년, 송악산 일대가 관광지구로 지정되면서 수난은 시작되었고, 자본가들은 호시탐탐 송악산을 노렸다. 1995년에는 송악산 유원지 지정이 고시되고 개발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아 나간다. 1999년에는 송악산 분화구에 호텔과 위락시설, 곤돌라를 세우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았다. 제주도민들은 물론이고 전국의 지질학자를 포함한 전문가들, 환경단체들 등이 송악산 개발의 부당성을 알렸다. 환경운동연합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당시 송악산 문화재 지정을 요구하는 조사 요청부터 시작해 환경부에 재검토 및 감사 요청,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청구, 토론회 개최, 학술조사, 국회 국정감사를 활용한 문제 제기, 집회 및 거리 캠페인, 전국 환경운동연합 연대성명 발표, 각종 홍보 등 다양한 활동으로 도정을 압박했다.

송악산 개발사업에 대한 도민사회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절대보전지역을 자연공원에 편입해 집단시설지구로 지정하고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강행하고 만다. 이 시점에서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제기한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며 공사가 늦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의 외자 유치 허위사실이 밝혀졌고, 사업자가 구속됨에 따라 2002년 8월 송악산개발사업 시행 승인이 취소되었다. 그에 따라 2003년 6월, 송악산 관광지구 지정이 해제되었고, 남제주군은 사업시행자인 남제주리조트에 매각했던 군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 소송을 제기하고 강제 환매 절차를 거친다. 이로써 외자 유치에 의한 송악산 개발은 끝나는 듯 했다.

10여 년이 지난 2013년, 이번에는 중국 자본인 '신해원 유한회사'가 송악산을 포함해 대거 토지를 매입하고 송악산 유원지 개발에 나서게 된다.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으로 3,700억원을 투입하여 191,950㎡의 면적에 460여실 규모의 호텔과 휴양문화 상업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당시 환경영향평가심의위가 이루어졌는데, 평가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짐으로써 제주도내의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도 5번의 심의 끝에 2019년 1월 25일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통과되었다. 심의의 쟁점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 높이와 입지 문제 때문이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사유화하는 문제와 공사 과정에서 인근 진지 동굴의 붕괴와 훼손 우려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결국, 4번의 재심의 결정을 내려졌지만, 지적됐던 보완요구 사항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통과되었다. 결국 송악산 개발사업은 마지막 절차인 제주도의회 동의안 상정만 남겨 놓고 있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로 이루어진 '송악산 개발 반대대책위'는 이때부터 부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필사적으로 벌였다. 2019년 3월 25일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에 대한 지역주민진정서' 1,092명의 서명을 받았고, 송악산을 파괴하는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도민들의 진정서를 모아 도의회에 제출했다. 개발사업 시행초기엔 의견을 잘 내지 않았던 주민들도 이때는 목소리를 내면서 다수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투쟁의 동력을 얻게 되었고 개발사업 승인이 날 수 있었던 상황이 보류되었다. 시민사회에서는 청정과 공존을 선택한 지역주민들을 응원한다는 논평을 내었고, 언론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개발사업에 반대한다는 보도가 뜨거운 이슈였다.

송악산반대대책위에서는 이후 이 문제를 확대 시키기 위해 전 도민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사단법인 올레가 적극적으로 결합해주었다. 또한, 천주교 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님께서 긴급한 사안으로 받아들여 주면서 각 성당에서 강론과 함께 서명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반대대책위에서는 대정읍 지역과 도청 앞 현수막을 걸고 전단지를 만들어 집집마다 돌렸다. 오일장마다 서명을 받았으며, 도의회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다. 특히 환경도시위원회의 의원들과 위원장을 만나며 사업의 부당성을 전면적으로 알려내었는데, 5월 6일까지 수거된 서명인이 1만명이 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서둘러 기자회견 준비를 했다. 애초에 도지사에게 서명지를 전달하고 간담회를 요청했지만, 기자회견 하루 전날 간담회도 서명지 전달도 무산이 되었다. 도지사가 받을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상황이 긴박해 주민들의 대표기구인 제주도의회 의장님께 전달 드리기도 했고, 바로 의회 민원으로 접수했다. 이날 김태석 의장은 서울 출장으로 일찍 자리를 비워야 했지만, 도지사에게 서명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을 듣고 비행기 시간을 늦춰 서명지를 직접 전달받았다.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었고, 개발사업 예정지역의 주민 94세 김인종 어르신과 함께 간담회도 진행되었다.

한편, 2019년 5월 15일 개발사업을 찬성하는 '상모리발전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찬성측 주장을 요약해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뉴오션타운은 송악산이 아니라 상모리 유원지라고 불러 달라', '뉴오션타운이 들어와야 일자리 창출이 된다', '나이도 들었는데 주차요원이라도 하고 싶고, 호텔이 들어서면 딸도 그곳에서 결혼시키고 싶다'는 순박한 소망을 피력했다. 결국 양측의 접점은 없고 서로 입장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이 되면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송악산의 밤길을 걷던 달마실도 잠시 쉬기로 했다. '송악산 달마실'은 송악산이 이 모습 그대로 지켜 가기 위한 실천으로 매월 보름 전후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산이수동 마을주민이 낮에는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밤만 되면 암흑천지가 된다는 말을 듣고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보름달을 보며 송악산을 걸어 보자고 처음 제안했다. 그 말이 현실이 되어, 보름이 되면 휘영청 밝은 달과 바다에 투영되는 달빛을 벗삼아 걸은지도 만 5년이 되었다. 다시 2020년도의 상황으로 돌아가자면, 그 당시는 국가 재난 상황이라 달마실은 중단했지만 대정읍 중앙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계탑'에서의 시위는 해가 바뀌고 눈이 오나 비가 와도 계속됐다.

2020년 2월,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도시위원회와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주관으로 '제주의 자연유산, 송악산의 가치 제고'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전날까지만 해도 kctv 생중계 방송을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심각한 단계라 생중계를 하지 못 한게 못내 아쉬웠지만 이날 참석하신 분들의 소감을 옮겨본다.

이승아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 :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송악산 일대에 하루속히 문화재 지정이 필요하다. 행정이 지금까지 너무 소극적이었다. 유네스코 등재 유산에서 송악산이 그 훌륭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유원지라는 이유로 등재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이번 토론회에서 송악산의 중요한 가치가 논의되었지만, 제도권 내로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보전을 위한 조치를 지금 취하기가 어렵다. 송악산 일대는 역사문화자원의 보고로 꼭 보전을 해야 한다.

고순향 제주도 세계유산 본부장 : 복합문화유산으로서 송악산의 가치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알고 나니 할 일이 너무 많아 어깨가 무거움을 느낀다.

강성의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 : 문화와 역사, 지질 학술적 요소가 같이 담겨 있는 송악산 현장에 가서 직접 자세히 보니 잘 몰랐던 부분도 있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2020년 4월 27일은 송악산 현장에서 제주도환경도시심의위원회에 안건이 상정이 되어 현장답사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이에 송악산반대대책위는 부동의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현수막과 피켓제작 등을 점검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와줄지 걱정이 많았지만, 취재하러 온 기자들과 사람들로 인해 작은 오름이 꽉 차 보였다. 송악산개발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샛알오름 정상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도의회심의위원들과 찬성하는 마을주민들은 동알오름 아래쪽에서 천막을 치고 개발사업자로부터 사업 설명을 들으면서 진풍경이 이뤄졌다. 그날 제주도환경도시심의위원회 소속의 이상봉 의원이 500원짜리 동전으로 샛알오름 진지동굴을 박박 긁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호텔이 들어설 만큼의 단단한 지반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줌으로써 사업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셈이다.

다음날 4월 28일,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송악산뉴오션타운 조성사업'에 대해 치열한 안건 토론이 이어졌다. 결정적으로 문제 되었던 것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하자 문제였다. 토론 전날,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이 누락 되었음을 환경운동연합에서 성명서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검토의견을 하나씩 살펴보자.

"매우 수려한 자연경관은 공공의 자산이며, 개인이 독점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므로 자연경관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개발계획은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제출된 평가서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동 사업이 시행 시에는 동 지역의 자연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 되는바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자연경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동 지역에서의 대규모 개발은 지양하여 사업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한국환경연구원(KEI)

첫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기관의 의견이 누락 되면서, 심의위원들은 재검토 의견이 제시된 사실을 모른채 심의를 진행한 것이다. 결국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는 의무 조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마땅히 중단되어야 할 개발사업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면죄부 역할을 한 셈이다.

"본 사업지역은 해안과 바로 접하고 있어 공사 시 우수 배출지점을 통해 해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되나 해양 환경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지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최소 4지점 이상 해양 생태계, 해양수질 및 지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토사 유출로 인한 해안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저감방안을 수립"

-한국환경연구원(KEI)

둘째,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은 해양 환경에 대한 영향조사를 하도록 했지만 사업자는 이를 거부하여 반영하지 않았다. 검토의견에서 해안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저감방안을 수립하라고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는 해안지역이 사업부지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고, 해안지역에 대한 훼손 등의 영향도 없을 것이라며 전문기관의 해안환경 영향조사를 거부했다.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도 해안환경영향조사와 함께 저감방안을 수립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사업자는 공사가 다 끝나고 사후 환경영향 조사에 포함하겠다며 영향조사를 거부했다.

"본 계획은 주변 경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파악된다."

"근경 조망점의 경우 해안도로를 통해 해안으로 연결되는 주요 접근로여서 근경에서의 경관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고, 올레 10코스 선상에 있는 송악산 상부 지역에서 조망할 경우 동알오름에 인접하여 건축될 호텔 건축물로 인하여 비교적 작은 규모의 동알오름 및 후면 배경 경관이 차폐되거나 오름 고유의 스케일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원경의 경우 해당 지역은 제주를 대표하는 해안 경관 지역이자 일제 강점기를 비롯하여 4.3사건, 한국전쟁 등 한국 및 제주의 근대역사자원이 집약 되어 있는 근대역사 경관 지역으로서 인공구조물로 인하여 강한 근대경관의 이미지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따라서 현재의 자연경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동 지역에서의 대규모 개발은 지양하여 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 시에는 올레 코스나 주변 오름 등 주요 조망점에서 동알오름과 송악산 사이의 자연경관과 송악산에 대한 경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토지이용 및 건축물 배치, 층고 계획등을 조정해야 한다."

-한국환경연구원(KEI)

셋째, 자연경관 보전과 관련된 검토의견을 보면 송악산 개발사업이 주변 경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지역이 한국사의 주요한 유적지라는 점과 주변 자연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개발 사업을 재검토 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대대적인 토지이용계획의 변경을 요구했지만, 사업자는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에서 호텔 높이를 결정했다면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혀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광역하수도정비 기본계획보고서(2009)의 오수 원 단위를 사용하여 산정된 오수 발생량은 284㎡일이며, 건축물의 용도별 오수 발생량 및 정화조 처리대상 인원 산정방법(환경부 고시 제2014-6호)에 제시된 원 단위로 산정된 오수 발생량은 2,115㎡일임. 두 가지 방법으로 산정된 오수 발생량의 차이가 크므로 제주도에 운영되고 있는 유사시설에서의 오수 발생량을 조사하여 오수발생량 규모를 명확히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오수처리계획에 대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사업자는 반영하지 않았고, 제주도 심의위원들 또한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 '송악산뉴오션타운조성사업'은 유사시설 오수발생량을 검토하는 방법으로 일일 오수량을 계산했기 때문에, 예측오수발생량을 현저하게 줄여 사업보고서에 기재했으므로 명확한 오수발생량 측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화역사공원은 예측오수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똑같은 방법을 적용한 결과 2008년 오수역류사태가 발생하여 큰 문제를 일으켰었다.

"송악산과의 능축선(올레10길)은 동 지역의 생태 축으로 동알오름과 섯알오름으로 이어지는 축인 것으로 판단되므로 동 능선 축이 온전히 보전되도록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법종 보호종 서식이 확인 되었을 경우에는 동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예측한 후 토지이용계획의 변경, 조정, 축소, 제척 등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저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섯째, 자연생태환경 분야의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은 위와 같은 의견을 제시했지만 중요하게 제시되었던 검토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결국 통과되었다. 원칙과 기준을 규정대로 지켰다면 지금의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들처럼 계속 된다면 개발에 의한 피해는 결국엔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송악산 개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만 보더라도, 2014년 12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제출되었고 2019년 1월 25일 5년여 끝에 결국 통과되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심의 회의는 5차례만 열렸고 결국엔 시간을 끌면서 재심의만 진행하다보니 '동의'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환경영향평가가 '부동의'를 내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심의위원을 역임했던 사람들이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영향평가안은 행정에서 마련해야 공정성이 보장되는데, 이를 전문대행업체들이 수행하다 보니 사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된다. 이 때문에 환경영향평가가 부실, 조작, 회유, 하는 사례로 난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송악산 개발 문제도 같은 문제선상에 있기 때문에, 난개발에 처해 있는 제주지역 연대단체들이 모여 환경영향평가를 바꾸어 보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개정할 내용을 담은 조례를 의원이 받지 않으면서 결국 아쉽게도 무산되고 말았지만.

'송악산뉴오션타운'개발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심의는 통과되어 개발사업이 착수하게 될 위기에 놓여있었다. 마을에서 사업설명회도 진행하고 개발이 물 흐르듯 빠르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으로 2022년 4월 28일 제주도의회 역사상 최초로 부동의를 이끌어냈다.

2025년 현재의 송악산은...

송악산이 다시 위기다. 송악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도민의 혈세를 들여 보전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전지훈련장'을 짓겠다고 한다. 송악산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지질학적 가치와 생태, 역사가 어우러진 제주의 대표적 명소이다. 도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 토지를 매입한 것도 송악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다. 호텔을 철회한 자리에 전지 훈련장을 짓겠다는 제주도정은 제정신인가? 스포츠전지 훈련장과 스포츠타운 계획을 철회하고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그상처를 빛나는 보석으로 거듭 날수 있게 되기를 제주도에 촉구한다. 제주 도정은 "제주 송악산을 도민과 국민들께 되돌려 드리겠습니다"던 '청정 제주 송악 선언'의 약속대로 실천해주기를 바란다.

송악산 알뜨르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 (2022년,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지역주민들은 송악산 일대 경관 및 풍광 보존 필요하다는 응답이 81.6%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송악산 일대 보존 불 필요시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역사 유산적 가치를 계승하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형태로 개발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86.7%로 나타났다. 지역주민들의 송악산 유산적 가치에 대한 인식 또한 매우 높게 조사 됐다.

제주도는 하루속히 송악산 보전관리 계획을 세우고 지역주민들의 바람처럼 환경적, 역사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함께 행정적 지원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제 강점기 군사 요청지였던 송악산 일대가 생태와 역사가 어우러진 평화공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개발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세계문화유산등재가 시급히 필요하다. 더 늦기전에, 지질학적으로도 우수한 가치를 지닌 이중화산체 송악산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송악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평화공원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송악산 알뜨르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만들었다. 한 달에 한번 보름날을 전후해 달마실을 5년째 진행하고 주민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각종 포럼, 난징을 기억하는 추모제,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이야기를 채록하고 알뜨르비행장 유적지를 조사하면서 평화공원에 채워 나가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과 함께 대정의 미래를,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소망한다.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이다. 제주도민과 함께 아래로부터 구체적인 대안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송악산 알뜨르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지금까지 대정읍의 관문이었듯이, 이제부터는 제주 관문의 역할을 해야 한다. 송악산 알뜨르는 있는 그대로가 미래이다.

이 글은 생태적지혜연구소, 제주투데이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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