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서 아기를 안은 한 여성이 파손된 콘크리트 배수구 덮개에 발이 빠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덮개는 설치된 지 약 30년으로, 5년 이상 금이 간 상태로 방치되다가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교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수개월 전 해당 도로의 다른 배수구 덮개는 민원으로 교체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민원 있었지만 교체되지 않은 노후 덮개
사고는 지난 4일, 경산 정평동 214-X번지 내 도로에서 발생했다. 여성 A씨가 동네 병원을 나오는 순간, 부서진 하수구 덮개로 발이 빠져 넘어졌고, 이로 인해 24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었다.("아기 안고 추락… 소송하라고?" 경산시 우수관 피해보상 막막, 2023년 8월 22일 자 보도)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해 8월, 같은 지번의 도로에서 노후 하수구 덮개 교체 민원이 접수되어 일부 덮개는 교체됐지만, 사고가 난 덮개는 점검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교체 한 달 전에는 동일 지번 도로 배수시설의 청소 요청 민원도 있었으며, 이는 사고 현장에서 약 14걸음 떨어진 곳이었다. 이처럼 지속적인 민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덮개는 점검 및 교체 대상에서 누락됐다.

5년 방치, 사고 후 3시간 만에 교체…미리 예방할 수 없었나?
기자의 취재 결과,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해당 덮개는 급히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사고가 난 뒤에야 부랴부랴 교체하는 것은 시민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행정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원이 접수되거나 현장 순찰에서 발견된 경우에만 교체가 이루어지며, 사전 예방 점검은 인력 부족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경산시는 읍·면·동 단위로 노후 덮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혀,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 안전보다 홍보 사업이 우선?”…비판 거세져
이경원 경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시민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물 관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얼굴 알리기 사업에는 수십억 원을 들이며 총력을 다하면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안전사고 관리는 뒷전으로 미루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시설물 파손이 아니라, 지속적인 민원에도 불구하고 점검과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시민 안전을 위한 선제적인 시설 점검과 노후 인프라 교체 계획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경산시가 관련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피해자 지원 및 보상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대구시 시민들의 안전 보행환경을 위협하는 콘크리트 맨홀뚜껑 교체를 위해 주요 간선도로 인도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상반기 827개소를 교체 완료했으며, 하반기까지 모든 콘크리트 맨홀을 교체해 빠짐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지속 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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