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해 규제하려 한다는 보도와 관련, 외교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 핵 무장을 언급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미국의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핵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미국 첨단 기술 분야와 교류 및 협력이 엄격히 제한되는 '민감국가'에 한국이 포함된 것을 언제 알았냐는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의 질문에 "(보도) 이전에 파악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미국에서 민감국가 목록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다는 홍 의원의 질문에 "주미 대사관과 주한미국 대사관 통해 확인한 바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도 관련 배경과 경위를 정확하게 저희에게 설명해 줄 사람이 아직 없다. 내부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후에 저희와 의논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에너지부에서 우리에게 사전 통보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비공식 경로를 통해 알게됐다"며 "우리가 문제제기를 해서 에너지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9일 <한겨레>는 한미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에너지부는 4월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고 산하 국립연구소들에 이를 사전 통보하는 등 행정적 준비를 시작했다"며 "미국의 동맹인 한국은 그동안 항상 '비 민감국가'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민감국가 명단으로 분류된다는 공문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들에 이달 초에 통보되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공문에는 기존의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에 더해 이번에 새로 한국을 비롯한 4개국을 4월 15일부터 민감국가 명단에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민감국가 명단 안에서도 북한과 이란 등은 '테러지원국', 중국과 러시아 등은 '위험국가'로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민감국가'에 대해 신문은 "미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안보 위협,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하고, 이들 국가의 연구기관이나 학자들과의 교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 역시 "에너지부와 산하 17개 국책 연구소의 정보나 연구 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정책적 참고를 해야 하는 나라로 분류"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민감국가를 분류하는 이유로 미국의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중 한국이 어디에 해당하냐는 홍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경위나 배경조차 파악이 안된 상태라 (미국으로부터) 세부 사항에 대한 답을 들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여기(민감국가)에 들어간 이유가 국내, 특히 여당 의원들의 핵무장 필요성 제기와 트럼프 2.0 시대 한국형 핵잠수함 추진 토론회를 여는 등의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으나 조 장관은 "그것 또한 추측"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테러 지원'을 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 '핵 비확산' 문제 때문에 '민감국가'로 분류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1년 만에 핵무장 가능하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도 무분별하게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말을 해왔다"며 "이 문제를 풀려면 외교부의 노력도 중요한데, 문제제기를 했던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인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4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국빈 방문중 하버드대학교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여당 일부 의원은 핵무장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은 미 에너지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항의했냐면서 "굉장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인 의원은 "미국의 오바마와 바이든 정권에서 북한과 협상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방치한 것 같다"며 "핵 자체는 우리가 좋아서 보유하는 게 아니라 형평성, 억제력 때문에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지 핵을 갖고 북한 제재 풀어버렸으면 하는 진취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다"며 "핵 문제에 대해 우리가 '패싱'될까봐 많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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