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년 전 그날처럼 선배님들이 외친 만세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7일 오후 광주 남구 수피아여자고등학교와 양림동 일대에서 '광주 3·10 만세운동 재현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수피아여중·고, 숭일고등학교 학생 500여명을 비롯해 강기정 광주시장, 김석기 광주보훈청장, 고욱 광복회 광주시지부장, 김병내 남구청장, 양림교회, 광복회, 3·10 만세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 등 지역 시민 등 약 1000명이 참석해 독립운동 정신을 기렸다.
광주 3·10 만세운동은 1919년 3월10일, 수피아여학교와 숭일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돼 일제에 항거하며 독립을 외친 광주·전남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독립운동이다. 이날 재현 행사에서는 당시 학생들의 결연한 의지를 되새기는 만세 궐기 퍼포먼스와 독립선언서 낭독, 플래시몹 공연 등이 펼쳐졌다.
특히 한복을 입은 수피아여고 학생 200명이 태극기를 흔들고 독립선언서를 뿌리는 만세 궐기 퍼포먼스로 행사를 시작했다. 수피아여고의 상징적인 건물이자 유진 벨 선교사가 세운 커티스 메모리얼홀 인근에는 만세운동 재현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과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시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거리극 '3·1 만세운동의 불씨가 되어'가 열렸다. 거리극에서는 이날 상을 수여받는 고(故) 김철 선생의 이야기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서 강기정 시장과 김병내 남구청장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김석기 보훈청장은 학생들을 향해 "여러분이 광주의 유관순"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행사에서는 독립운동가 김철 선생에게 '제2회 광주 3·10 독립만세운동상'이 수여됐다. 김철 선생은 광주YMCA 초대 총무를 지냈으며, 신간회 간사, 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광주 만세운동을 위해 서울에서 독립선언서를 공수하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강기정 시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대형 태극기를 들고 수피아여고 정문에서 양림교회, 양림오거리를 거쳐 행진했다. 학생들과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만세 궐기 퍼포먼스에 참여한 수피아여고 박모양(17)은 "106년 전 그날처럼 선배들이 외친 만세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고 계속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수피아여고 대표 조은정 학생과 3·1절 노래를 제창한 숭일고 3학년 양경준 학생(19)은 "만세운동을 한 그분들이 있어 우리가 잘 살아가고 있다"며 "앞서 탄핵소추안을 국민의 손으로 이끌어낸 것도 불의에 맞선 선대의 본을 받아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피아여고는 독립운동가 23명을 배출한 학교로, 신사참배 거부로 인해 1937년 폐교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수피아여고에서 매년 3·10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