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 대표단을 만나 경제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중도보수' 선언과 성장 우선 기조 강조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실용주의 또는 우클릭 행보의 연장선상이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5일 국회에서 한경협 임원진과 만나 "민주당 방문을 환영한다"며 "민주당과 한경협이 공개적으로 만난 것이 10년만"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지난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당시 전경련 지도부와 만난 것이 양측의 마지막 접점이었고, 전경련은 이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정 국면을 맞았고 2023년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대표는 "우리 당내에서도 '이렇게 만나면 안 된다'고 성명서도 냈다고 하더라"면서도 "못 만날 이유가 어디 있나. 전쟁 중인 적군도 만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대한민국 경제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국가 경제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 연합체인데 당연히 만나서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국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국가발전도 경제적 측면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그 경제발전에 한경협 회원사 여러분들이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 논쟁이 되고 있는데, 이제는 개별기업 단위에서 어려운 대규모 투자 또는 위험성이 매우 높지만 성공했을 경우 이익이 매우 큰 영역들은 국부펀드든 국민펀드든 국가적 차원의 투자라도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라며 "경제계에서도 국가투자를 좀 늘려달라는 요청을 했던 것 같은데 이런 문제도 함께 상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풍산그룹 회장)은 인사말에서 "10년 전이라고 했지만 그 10년이 너무 길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옛날에 차였던 여자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류 회장은 "AI 혁명과 반도체 혁명으로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전방위적으로 세계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 대표께서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적극 공감한다"고 했다.
류 회장은 "결국 해법은 성장이며 성장의 마중물인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면서 "창업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환경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 측은 이 대표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 예외 적용 △이사의 성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 재계의 우려와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재고 요청에 대해 "투자자들이 시장에 갖는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도 높아지기 어렵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반도체특별법 문제에 대해서는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되 추가 근로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현행 제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조치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심성청년SW아카데비를 방문해 이재용 회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민주당이 전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