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총선 당시의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 논란과 관련 "당을 사적 욕망의 도구로 쓰고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집단이 살아남아 있으면 당이 뭐가 되겠나"라고 비명계를 겨냥하며 "책임지는 게 민주적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과정을 언급하면서, 당내 비명계 인사들이 검찰과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개인적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가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민주당 내 반란표가 40표 안팎으로 나온 데 대해 "예상한 일이었다"며 "그 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비명계에서 자신에게 당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며 "(비명계가) 협상으로 제시한 것과 맞춰보니 (검찰이) 당내 일부와 짜고 한 것", "거의 비슷하게 맞춰져 있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2023년) 6월에 당 내 유력한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저한테 '사법처리될 테니 당대표를 그만두라. 당을 위해 사퇴하라'면서 시점도 '언제까지(사퇴하라)'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내가 '사퇴하면 봐준다. 안 하면 동의해서 구속시킨다'는 것을 거절했기 때문에 '그러면 옥중에서라도 사퇴하지 말아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했다.
또 "(본인이 체포동의안을) 가결해 달라고 하면 영장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저는 가결을 각오하면서도 '부결해 달라'고 했다"며 "왜냐, 그러면 가결 규모가 드러나지 않느냐"고 했다. 당내 체포동의안 가결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다.
이어 "총선에서 그것(가결 세력)이 다 드러났다. 하필 그 시점에 (총선 공천을 위한) 의원 평가가 이뤄졌고, 가결(표결)했던 것으로 의심받은 사람들이 당원 여론조사와 의원 상호평가에서 감점을 받아서 평가가 낮아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일부러 뭘 한 게 아니고 시스템으로 했는데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김경수·김동연·김부겸·임종석·박용진 등 비명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며 통합 행보를 이어가던 이 대표가 돌연 비명계를 '검찰과 거래한 집단'으로 규정하며 이들에 대한 공천 배제가 정당했다고 날을 세운 셈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현 당내 상황에 대해 "우리를 '1극 체제', '다른 목소리가 사라진 독재적 시스템'이라고 비난하는데, 우리로서는 억울하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원래 야당의 모습이 맨날 싸우고, 하는 일 없이 멱살잡고, 실익도 없는 논쟁하고 갈라지는 것이었는데 국민이 이런 야당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때도 이런 입장 통일은 잘 안 됐는데 지금은 너무 일사불란하다"며 "좋은 면도 있다. 무도한 윤석열 정권에 사분오열로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부작용도 있다. 다양성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지점도 일리가 있다. 딴소리를 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원들이 하루종일 지켜보고 있는데 비합리적인 다른 얘기를 하기 어렵다. 우리가 그것을 보호해줬어야 하는데 못한 면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도 많이 만나야 한다"면서 "대선 국면에서는 판을 넓게 펴야 한다. 우리가 못 챙기는 부분, 경계 지역에서 당과 목소리가 다른 분이 그 쪽을 차지하고 '우리는 노란색인데 만날 파란색만 하면 되겠나. 노란색도 인정하라'라고 하는 것을 덮어버리기보다 노란색도 우리와 한 편으로 하면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통합 행보의 정치적 득실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비명계의) 의견도 듣고, 비중도 좀 키워드리고 넓혀드릴 때가 됐다"며 "대회전을 앞둔 시점에 그 분들이 자기 역할을 하겠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고맙다"고 했다.
그는 최근 비명계 인사들을 만난 일과 관련 '만나서 빈정 상하는 일은 없었느냐'는 여담성 질문에 "왜 없겠나. 당연히 있죠. 없으면 이상하죠"라고 웃으며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대체적으로 오랫동안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안 해봐서 곡해나 오해가 좀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서로 이해하게 된 측면이 있고 차이를 확인한 면도 있다"며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하자고 모인 건 아니니까 (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그 분들 역할도 당 전체로 보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역할도 찾아드리고 의견도 들어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재명 지도부' 체제 하에서 당내 이견이 억압받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나는 (이견을) 권장한다. 할 얘기 하고, 지적할 거 하자고 한다"며 다만 "막히는 건 사실이다. 레드팀도 만들었는데 (쓴소리를) 잘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말을 하지 않는 게 위험한데, 어떻게든 하게 만드는 게 실력"이라고 했다.
그는 "결정 과정에서는 치열하게 토론해서 정하는데, 외화(外化)되는 집행 과정만 보이니까 (저에 대해) 불도저나 전차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며 "결정 과정은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전당대회 출마 등의 정치행보를 휴지없이 이어온 데 대해 "기존 문법에 의하면 큰 선거를 치르면 잠시 퇴장하고 추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제가 다른 사람의 전범을 따라 살았다면 이렇게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물러서서 우아하게 해외유학을 갔으면 저는 유지됐을 수 있지만 이 진영이 유지될 수 있을까. 대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고 참모들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 지나고 생각하면 잘 판단했다는 생각"이라며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라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전선을 구축해서 맞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비난을 많이 받았고 비난할 만 했다. 사욕으로 보일 만했다"고 비판을 인정하는 모습도 일부 보였다.
이 대표는 한편 2024년 4월말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당시에 대해 "그 쪽에서는 '독대를 하자'고 했는데 저희가 사양했다"고 밝히며 그 이유에 대해 "이건 위험하다. 나중에 어떻게 발표될지 모른다. 박정희를 김영삼이 독대했다가 망했다는 얘기까지 참모들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모들이 위험하다고 해서 안 했지만 저는 독대를 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수회담 당시 비공개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말을 길게 하시더라"며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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