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5명 중 1명이 결혼·임신·출산·보육·돌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4배 이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31일부터 31일까지 15세 이상 임금노동자 10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별 임금 격차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보면, 여성의 61.9%, 남성의 40.6%가 경력 단절을 겪었다고 답했다.
경력 단절의 사유를 결혼·임신·출산·보육·돌봄으로 좁혀보면, 여성은 20%(응답자 32.4%), 남성은 4.5%(응답자 11.2%)가 이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었다. 다른 사유는 '더 좋은 직장을 위한 준비', '직장 내 갈등', '건강 문제' 등이다.
'임신·출산·육아 등 돌봄 책임이 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라는 항목의 5점 척도 조사에서도 여성(2.9점)의 점수가 남성(2.1점)보다 높았다. '식구 중 환자가 생겨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는 항목에서도 여성(2.4점)이 남성(1.9점)보다 점수가 높았다. 가정 내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더 크다는 점을 드러내는 지표로 해석된다.
심각하다고 느끼는 직장 내 성차별의 종류는 △승진에서의 성차별(3.53점) △성별 임금 격차(3.43점) △중요한 업무 배제 (3.4점) △채용에서의 성별 차이(3.35점) △성희롱(3.13점) 순으로 조사됐다.
위 설문에서 1위를 차지한 승진 성차별과 관련 '성별 비율이 비슷한 직장에서 여성 관리직 비율'을 살핀 결과, '성별 비율이 비슷하다'는 응답은 12.6%에 불과했고, '남성관리직이 많다'는 응답은 72.7%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여성의 승진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2위를 차지한 성별 임금 격차와 관련해서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에 비해 29.4% 낮은 것으로 조사됐고, 응답자의 92.9%가 '성별 임금 격차 해결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성별 임금 격차 발생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가사노동담당자라는 성역할 고정관념 31.1% △정부의 성평등 정책 실현 의지가 없어서 16.2% △육아와 가족 돌봄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14.6% 등 순으로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꺼낸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라는 발언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설문도 이뤄졌다. 이에 대해 응답자 84.7%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는 답은 6.7%, '그저 그렇다'는 답은 8.5%였다.
조사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한국 사회와 노동시장이 여전히 젠더 불평등을 기반으로 구조화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어 "성역할 고정관념을 약화시키고 성평등한 노동시장과 사회구조를 설계해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여성에게 가족 돌봄의 책임을 부과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고, 돌봄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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