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다룬 한국방송(KBS)의 <추적60분> 방송이 방송 하루 전날 긴급 취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KBS 구성원들은 KBS 사측의 '극우세력 난동' 우려에 따른 편성 삭제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예정대로 방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KBS <추적60분> 제작진은 28일 성명을 내고 지난 주에 방송된 '계엄의 기원' 2부작 중 1부 '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 이어 2부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에 대한 방송 예고가 유튜브에 나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편성이 삭제됐다"면서 "제작자의 자존심을 짓밟는 비상식적 결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진들은 사측으로부터 방송 편성이 긴급 삭제된 이유로, 3.1절 토요일 방송이 예정되어 있는 <다큐온>의 내용이 좋아 "하루 일찍 방송하고 싶다"는 것과 "3월 1일 광화문과 여의도에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추적60분> 방송이 극우단체를 자극해 그들이 KBS로 몰려와 난동을 부릴 것이 걱정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경영진은 뚜렷한 근거가 없는 예측, 즉 여의도에 몰린 시위 인파가 폭도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예상에 근거해 방송을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편성 삭제 논의 과정에서 국장, CP(책임 프로듀서)를 포함한 교양다큐센터의 제작진은 철저히 배제됐다"며 "제작진은 3.1절 다큐멘터리가 좋아서 방송을 하루 당겼다, 3월 1일 여의도에 모인 10만 시위대가 두려워 방송을 연기했다는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작진들은 2부는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시위 현장에 나타나는 인물을 통해 가짜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가짜뉴스가 어떻게 펴졌는지를 세밀하게 취재한 방송이었다"며 "공영방송인 KBS가 일부 폭력성향 단체들의 공격이 두려워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가. 마치 서부지법 사태를 예측한 판사들이 난동을 피하고자 윤 대통령의 구속 결정을 미루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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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협회도 이날 성명에서 <추적60분> 편성 삭제는 "비상식적이고 어이없는" 조치라며 매주 금요일 밤 10시로 예정되어 있는 정규방송에 대한 긴급 편성 삭제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PD협회는 특히 사측이 <추척60분> 대신 "내용이 좋아 하루 일찍 방송하고 싶다"고 한 프로그램과 관련해 "(담당 PD가) 편성 변경 연락 시각은 오후 4시(에 받았는데) 프로그램 파일이 입고된 시각은 오후 7시다. 담당 PD가 보여준 적이 없는 3.1절 특집 <다큐온>을 도대체 어떻게, 어디서 확인했는지 묻고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번 편성 삭제 건은 명백한 편성 규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제작 자율성 파괴행위"라며 배후로 박장범 사장을 지목했다.
KBS본부는 "방송될 예정이던 <추적 60분>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론장 역할을 하는 공영방송이 어떤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보답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며 "그런 방송의 편성을 '파우치' 박장범 체제 사측은 일방적으로 삭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공영방송 KBS를 향해 '파우치 방송', '내란 동조 방송'이라 손가락질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이번 사태를 지난해 2월 <다큐인사이트> 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와 비교하며 "낙하산 사장이 가고 권력에 아부해 사장 자리를 꿰찬 '파우치' 박장범이 왔지만, 여전히 KBS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KBS의 시계는 2024년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파우치 박장범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KBS 사측은 "28일 밤 10시 편성된 <추적 60분>의 편성은 순연됐다"며 편성 삭제를 공식화했지만 삭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사측은 해당 공지에서 <추적60분> 대신 방송되는 <다큐온>에 대해 "태극기가 걸어온 항일 독립 운동사를 담아낸 수작"이라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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