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이 개발한 ‘펄스파워 제어용 반도체 기반 대용량 스위치’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상업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이 기술이 기존의 가스 기계식 스위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정밀 제어와 반영구적인 수명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유이다.
‘펄스파워'는 낮은 전력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높은 전력으로 순간 방전하는 기술로 이를 제어하는 것이 대용량 스위치다. 대용량 스위치는 순간적인 힘으로 입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가속기, 탄환을 쏘는 레일건, 레이더 등의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차세대 전력전송 방식인 직류를 차단하는 기기를 비롯해 핵융합, 반도체 공정 등 다방면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현재 산업계에서 활용되는 대용량 스위치의 대부분은 기계적 가스를 이용한다. 가스 스위치는 최대로 견딜 수 있는 정격 전압·전류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요 응용 분야인 가속기에 적용할 경우, 2~3년마다 70억 이상의 교체 비용이 발생했고, 고장에 취약하며 펄스파워를 제어하는 정밀도에도 한계가 있었다.
또 각 소자에 전압과 전류를 고르게 분포시키는 밸런싱 기술, 여러 소자를 동시에 켜고 끄는기술 등의 난이도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기술 개발 및 실증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KERI 전기물리연구센터는 이에 지난 20년 넘게 관련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펄스파워 제어용 반도체 기반 대용량 스위치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소자를 여러 개 쌓아 동시에 구동하는 방식을 채택해 필요한 전압과 전류를 고르게 분포시키는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수천 개의 반도체 소자를 사용한 해외 기술과 달리, 단 수십 개의 저전력 스위칭 소자만 활용했다는 것이다.
또 소자 개수가 적은 만큼 유지·보수가 용이하고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소자로 개발해 상용화에도 유리하다. 이에 더해 소자들을 다양한 직·병렬 구조로 조합할 수 있어 수요자 요구사항에 따른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KERI 연구진은 국산화 개발한 스위치를 기술 수요처인 포항가속기연구소·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해 실증을 마쳤다.
KERI의 연구 결과는 미국의 오크리지국립연구소와 스탠포드대학 국립가속기연구소등 글로벌 최정상급 연구기관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 세계 대용량 스위치 시장 규모는 약 9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펄스파워 제어용 반도체 기반 대용량 스위치 기술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다양한 산업에서 경제적 이점과 기술적 우위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KERI는 개발한 대용량 스위치를 3월 중 미국 현지로 보내 실증을 진행하고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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