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색당과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2기 제주청소년정치학교가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열렸어요.
제주 청소년정치학교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정치를 알아가고 사회를 배우는 일종의 캠프로 다양한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관 내에서 2일간 진행되었던 제주 청소년정치학교에 대해 후기를 작성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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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청소년정치학교 프로그램을 알게 된 건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 자유발언 이후였어요. 사실 참여 권유를 받은 후 바쁘다는 핑계로 이전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저 스스로도 당장 있는 집회 참여 활동 의제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청소년들과 소수의 비청소년이 모인 제주 청소년 정치학교 2기는 이틀에 나누어 진행되었다. 그중 첫날은 몸을 움직이며 서로 친분을 쌓아가는 활동으로 시작해 우리 주변 사회 문제들에 맞서 싸우는 사람과의 만담이, 다음날에는 현 사태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나열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 약식 토론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어요.
여기 모인 사람들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은 첫날 마지막 시간이였던 평화 약속문 작성이였어요. 여기서 ‘평화’는 작게는 우리 주변부터 없게는 우리 사회, 세계까지 나아가는 평화라고 해요. 이 시간에 저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약속해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 이전에 ‘사람마다 고유의 색이 있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 말을 따와서 저는 서로 고유의 색을 인정하고 흰 도화지인 사회에 일부로 받아들이자는 말을 적었어요. 이후 다른 분들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평화를 이어나가는 방법은 사소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틀 동안 많은 활동을 참여하면서 많이 배운 말하기와 경청의 태도와 자세는 제주 청소년정치학교에서 제가 생각하기 배운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주 청소년정치학교에서 배운 ‘소통’은 A를 B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A와 B가 만나 C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사고전환’이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가 있다고 해요. 하나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유형, 다른 하나는 상대방도 바라보는 유형, 마지막은 나와 상대방을 보면서 주위의 대중까지 바라보는 유형이라고 합니다. 그중 이번 제주청소년정치학교에서 진행했던 인형극과 스펙트럼 토론 등의 활동은 나와 상대를 보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의 가장 핵심 주제는 '사회전환'이였어요. '전환을 위해 무엇을 바라보고 포기, 타협해야 하는지', '사회전환을 위한 정치 권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여기서 만난 우리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처음에는 선뜻 떠오르지는 않지만,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우리의 사회전환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조금씩 상상이 되었고요.
한편, 제주 청소년정치학교는 저의 활동을 돌아보며 새롭게 동기를 부여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사실 제가 제일 힘들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과 관심사가 다른 것이였답니다. 또 요즘 세상을 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는 건가? 회의감이 들기도 했죠.
그런데, 제주 청소년정치학교에서 만난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을 보며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앞선 청소년과 청년들의 사례를 듣고 이어진 토론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막연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세상은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활동이나 운동이라고 하는 건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제 가치관 대해 내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으니까 하는 것으로 생각해오게 되었어요. 하지만 제주청소년정치학교라는 일종의 계기가 생긴 후에는 내가 믿고 있는 신념과 가치를 위해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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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집회 참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문득문득 찾아오는 무력감보단 주위의 시선이었어요. 청소년도 주권을 가지고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쉼 없이 이야기하지만, 쉽사리 바뀌지 않는 현실이 답답했고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태도를 지켜내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마다 낙담하고 실망했어요. 그러다 보니 더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고요.
하지만 제주청소년정치학교에서 아직 바뀔 수 있다고,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이 떠올랐어요.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주 청소년정치학교에서 활동하며 특히 약식 토론 형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이전의 저는 자신의 행동에 큰 뜻이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모습으로는 더욱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막막함이 컸던 것 같기도 하고요. 여전히 앞에 있는 문제가 너무 크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조금씩 쪼개어 바라보는 것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해요.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작은 곳에서부터 작은 성취들을 마주하는 순간을 만들어보는 것이에요. 그렇게 우리의 시도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우리의 영역도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요.
올해 남은 많은 시간은 이전에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집중해야 해서, 제주 청소년정치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을 바로 반영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치학교 학생의 활동, 저의 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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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태적지혜연구소와 제주투데이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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