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오는 25일 종결한다. 다음 달 중순께 탄핵 인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다음 기일은 25일 오후 2시"라며 "양측 대리인들의 종합 변론과 당사자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변론 종결 이후 선고까지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는 3월 중순께 이뤄질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 종결 각각 14일과 11일 뒤에 선고가 이뤄졌다.
이날 10차 변론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한 실체적 흠결(위헌·위법성)이 거듭 확인됐으며, '정치인 체포 명단'에 대한 공방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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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계엄 당일 회의, 통상과 달라…양복 주머니에 계엄 문건? 기억 없다"
한 총리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해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달랐고, 형식적인 또 실체적인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것이 국무회의인지 아닌지, 심의인지 아닌지는 개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고 최종적으로 수사 절차와 사법 절차를 통해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앞서 국회에서 회의의 성격을 '간담회'로 규정한 데 대해 "간담회 발언은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다는 취지"라며 "'간담회로 본다'는 표현은 제의 및 종료 절차 간사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느낌"이라고 부연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 측이 "만약 당시 대통령이 계엄 목적을 '국가적 비상 위기를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더라면 좀 다른 입장일 수 있었느냐"고 질문하자 "그 문제에 대해서 저는 판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계엄의 형식을 빌린 '호소형 계엄'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밝힐 수는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며 동의를 구하는 질문을 재차 던졌지만, 한 총리는 5초간의 침묵으로 대신했다.(☞ 관련 기사 : '호소형 계엄' 동의 구한 尹 변호인단에 한덕수 "……")
한 총리는 또 "대통령실에서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총리는 경황이 없어서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지억하기 어렵겠지만 '나중에 보니 양복 주머니에 계엄 선포문이 들어있었다. 대통령 부속실장 진술에 의하면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고 했지만 "전혀 기억이 없다"고 했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이 전날 종결돼 한 총리 역시 윤 대통령과 같이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홍장원, 잇단 공격에도 尹 통화 사실 및 '체포 명단' 일관 진술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홍 전 차장 메모(체포 명단)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데 집중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밤 22시 53분 윤 대통령과 통화 및 22시 58분과 23시 06분 여인형 방첩사령관과의 통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여 사령관과의 두 차례 통화 내용 시간 차가 8분밖에 되지 않아 "전화 내용을 혼동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여 사령관이 자신에게 14~16명의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는 점을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측은 여 사령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제시하며 "2024년 11월 9일에 이미 계엄 당일의 체포 명단과 거의 동일한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김민석, 우원식, 이하경, 박찬대, 김민웅, 양경수, 최재영, 김어준, 양병철, 조해주 등 14명의 명단이 이미 작성되어 있었던 메모가 발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지호 경찰청장(의 검찰) 진술 내용도 증인 메모에 기재한 체포 명단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 전 차장은 특히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이 계엄 당일 밤 자신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내 CCTV를 공개하며 증언 무력화를 시도한 데 대해 조태용 국정원장의 공관과 사무실까지 3분 거리를 "수행원하고 운전원이 별도로 있"어 같이 움직였다면서 여 사령과의 통화 시간이 일반폰으로 특정되고 짧은 거리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체포 명단을 받아 적은 곳이 공관 공터(혹은 주차장)이든 본청 내 사무실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관련 기사 : 홍장원 "사무실에서 관저 3분 거리, 어디서 '체포 명단' 적었다 한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측이 여러 버전의 메모를 언급하며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도 "혼자만 썼다면 누가 믿어주겠는가"라며 "조 원장이 저의 보좌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체포 명단을 본 사람의 증언이 나온 것 같다"고 맞대응했다.
암 투병에도 불구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조 청장은 형사재판을 이유로 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빗겨갔으나, 윤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계엄 선포 전후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다음 날 '수고했다'는 전화에 대해 '뼈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검찰 진술 내용을 번복했다. 그는 "뼈 있는 말이라는 표현은 제가 잘 쓰는 표현도 아니다"라며 "그때 대통령님의 전화를 질책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 관련 기사 : 조지호 "계엄해제 뒤 尹 전화, 질책 아니었다"…'뼈 있는 말' 檢 진술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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