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거부' 등 다른 탄핵소추 사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1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의견진술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에 이은 세 번째 현직 국가원수 탄핵 심판으로 국민 한 분 한 분이 느끼고 있다. 고통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통령을 잘 보좌해 어려운 대내외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자 하였으나 대통령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반박했다.
먼저 그는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해 "해당 법안들은 모두 위험의 소지가 있었기에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할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헌정 질서의 기본 정신에 도저히 부합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관련 위헌·위법 행위와 내란 행위의 공모 또는 묵인과 방조'에 대해서는 "저는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사전에 알지 못하였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며 "군 동원에도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와 헌법 및 법률 위배'와 관련해서는 "이번 사태(계엄 사태) 여파로 대외 신인도가 흔들리거나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안정된 국정운영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국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서가 전혀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 이행 회피' 혐의의 경우 그는 "국회의 요구에 즉시 따르는 쪽이 오히려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론분열을 심화할 우려가 컸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정 성향 야당만으로 특검을 구성할 수 있도록 야당 단독으로 하위 법령을 고친 것을 두고 위헌 논란이 거셌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공수처, 경찰, 검찰, 국방부 등 여러 국가기관이 대규모 계엄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어 증거 인멸이나 수사 지연 우려도 거의 없었다"고 변명했다.
마지막으로 제기된 탄핵 사유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의 경우 한 총리는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점, 여야의 실질적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면서 "여야의 합의를 여러 번 간곡히 요청했고 여야가 합의하면 즉각 임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회는 탄핵 소추로 응답했다"고 국회에 책임을 돌렸다.
이 같은 점을 근거로 한 총리 측 대리인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가 부적법하다며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재가 해당 사건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보다 먼저 선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을 세 차례나 거부한 데 대해 "대통령 가족 또는 대통령 권력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어서 직접적인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해충돌 방지의 측면에서 제한되어야 함에도 "국무총리는 이를 만류하기는커녕 일조하면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위를 방조하고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그것(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정부에 불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반복적으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또 한 총리가 '여야 합의'를 앞세워 헌법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사유 책임을 국회로 돌린 데 대해 "'여야 합의'라는 헌법에 없는 논리를 대고 있다"며 "'여야 합의'라는 근거는 헌법 어느 조항, 국회법 어느 조항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헌법 4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수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여야 합의'라는 핑계 근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에 한 총리를 (국회가) 탄핵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헌법재판관 6인 체제로 매우 불안정하게 국민의 불안감과 혼란을 가중시켰을 것"이라며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헌재 흔들기 등을 언급한 뒤 "만약 8인 체제가 아니라 6인 체제였더라면 헌재를 공격하는 강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했을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 탄핵심판에 대한 한 차례 변론으로 해당 사건 변론을 종결했다.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한 선고기일은 특정하지 않았으며, 재판관 평의를 거쳐 통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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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령 된 것 아냐…대통령처럼 의결정족수 3분의 2 적용? 더 중대한 헌법 위반"
이날 헌재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한 총리 탄핵안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관련 권한쟁의 심판도 열렸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의 찬성으로 한 총리 탄핵안을 가결했다. 이에 앞서 우 의장은 한 총리 탄핵안의 의결정족수를 재적 과반 찬성, 즉 150명 이상을 가결 요건으로 표결에 부쳤다.
사건 청구인인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가 재적 과반 150석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우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 해석"이라며 "대통령만 직접 투표로 선출했기 때문에 총리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청구인인 우 의장 측 대리인은 "청구인들 측에서 주로 주장하는 것이, 의결정족수가 이른바 3분의 2에 해당되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헌법은 대통령을 제외한 여타 공무원에 대해서는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 사건 탄핵심판의 대상은 국무총리다.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연히 어떠한 기회에 한 총리가 대통령의 사고로 인해서 단지 권한을 대행하고 있을 뿐"이지 "신분 자체가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라며 "만약 우 의장이 이번에(한 총리 탄핵안 가결에) 3분의 2, 즉 가중 정족수를 적용해서 가결 여부를 결정했다면 오히려 더 큰 중대한 헌법 위반의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방어했다.
헌재는 해당 사건 역시 첫 변론을 끝으로 종결했으며, 선고기일은 지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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