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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데도, 직장을 떠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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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데도, 직장을 떠나고 싶나요?

[온라인노조로 초대합니다] ③ 못 버티고 시설을 떠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나는 네가 중성부력에서처럼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얼마 전 읽었던 <급류>라는 소설의 한 문장이다. 주인공이 수영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빠가 자식에게 건넸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무거운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계속 가라앉는 '음성부력' 상태라 느낀다. 이상하게도 이 구절을 읽고 일터의 모습이 떠올랐다. 발버둥 치며 열심히 일할수록 어딘가로 가라앉는 듯한 모습이 꼭 사회복지 현장 같았다.

얼마 전 만났던 동료가 "사회복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인데 현장에서 일할수록 지친다"며 현장을 떠나야 할지 고민했다. 예전 같았으면 좀만 버티자며 잡았겠지만, 현장의 녹록지 않음과 개선이 유독 더딘 것을 알기에 쉽게 잡지 못했다. 그냥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전 직장에서 일할 때 1년 평균 15명의 사람들이 퇴사했다. 그중 절반은 진절머리가 나서 더 이상 현장에 발들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정방문하고 이용자들 만나는 건 얼마든지 하겠다. 그런데 일 외의 악질 문화와 관계의 어려움은 좋아하는 일마저 싫어지게 만든다"고 했다.

악질 문화에 더해 개인이 성장할 만한 요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팀원에게 일을 시키고 체육관에서 2시간 동안 낮잠을 자고 오는 상사, 직장 내 괴롭힘을 이야기했으나 "나라님 욕도 하는 세상이다. 나도 직원들을 안 좋게 이야기할 때가 있다"라는 말을 조언이랍시고 하는 상사의 모습은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마지막 면담에서 "내가 사회복지 현장에 친한 사람들이 많고, 선생님 다른 곳으로 이직 못하게 할 수도 있다"며 협박을 당하는 동료도 많았다.

평소에 사회복지사는 "착한 일 한다", "좋은 일 한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제 나는 이 말이 달갑지만은 않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헌신과 희생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외부 시선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헌신과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누구는 헌신이 가치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함께 성장하고 합의가 도출될 만한 환경이라면 구성원들도 자연스레 자의적인 헌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 현장은 타의에 의한 헌신, 즉 일방적 희생만이 강요되고 있다.

'적은 급여를 받지만 돈을 보고 선택하는 직업은 아니니까', '위험한 상황이 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야지', '원래 어느 정도 희생하는 일이니까','이렇게 이야기해도 참고 넘어가겠지?' 현장은 매 순간 희생이 나열된 연결고리이다. 일하다 보면, 나의 존재는 잊은 채 어느새 악순환의 고리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고리에서 싸워보기도 하고, 묵묵히 버텨보기도 한다. 싸우고 버티다 지쳐 결국 희생 연결고리에 종속되거나, 현장을 떠난다. 현장을 떠나는 수많은 동료를 보며 이제는 소명감만으로 일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지속해서는 안된다.

이대로 동료를 떠나보내기만 할 수 없었다.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온라인노조에 가입했다. 특히 사회복지업계 특성상 노조 활동을 하면 낙인찍히고, 개인으로는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온라인노조는 일터에서, 집에서 자유로운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평소 이직을 해도 문제의 근본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수년째 개선되지 않는 낮은 인건비, 차등적인 복리후생 제도, 높은 노동강도와 감정노동, 폭력과 성희롱 등의 위험 상황, 직장 내 괴롭힘. 이는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조직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하고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분산되어 있는 것을 묶어 근본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 시도하는 방법이기에 그만큼 만들어가야 할 것도 많을 것이다.

현장에서 어르신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연결하는 일,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일. 각 현장에서 사회복지종사자의 역할은 중요하고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복지 실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장뿐 아니라 자신을 지켜야 한다. 현장에 일할 사람이 있어야 사회복지 실천도 가능하다.

떠난다는 동료들에게 "좀만 버티자"는 이야기보다 함께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보자.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중성부력의 상태에서 편안하게 일하길 바란다. 그것이 온라인노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열악한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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