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야권 주자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맞서 '비명계 구심점'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김 지사는 상대적 '약점'으로 꼽히는 민주당 전통 지지층에 어필하는 한편, 조국혁신당까지 아우르는 범 민주 진보 진영의 '대선 연합론'을 띄우면서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김 지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의 <한겨레> 옥중 기고문을 공유했다. 김 지사는 "탄핵은 100% 확실하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내란세력이 추후 사면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연합이 승리의 길'이라는 조국 대표 말씀에 뜻을 같이 한다. 탄핵을 함께한 응원봉을 든 시민들과 함께, '빛의 연합'으로 이기는 길, 새로운 길로 함께 가자. 정권교체, 그리고 그 이상의 교체로 7공화국 시대를 열어가자"고 주장했다.
김 지사가 공유한 글에서 조국 전 대표는 "12.3 내란에 반대하고 민주 헌정 회복을 추구하는 세력이 뭉쳐야 한다. 12.3 내란을 옹호하거나 방조한 세력을 고립화시켜야 한다. 조국혁신당, 민주당 등 진보성향 정당 외, 보수성향 개혁신당까지도 같이 할 수 있길 희망한다. '연합'이 승리의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는 "유럽에서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좌파와 중도 보수파가 연정을 하는 예를 기억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선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논의와 공통 공약을 추출해야 한다. 각 정당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예컨대, '제7공화국을 위한 7대 공동과제'를 합의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연합정치는 '새로운 다수'를 형성할 것이고, 이 '새로운 다수'가 대한민국 2.0을 열고 또한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대표가 수감되고 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조국혁신당은 독자적으로 대선 후보를 내세우기 어려워진 상태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약 4%남짓(한국갤럽 11일~13일 1004명 대상 여론조사. 응답률 16.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으로, 0.73%포인트 차이로 국민의힘에 승기를 내준 지난 대선에 비춰보면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치다.
민주당보다 '왼쪽'으로 평가받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김 지사의 구애는 꾸준하다. 김 지사는 지난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전 대표의 <경향신문> 옥중 서면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빛깔의 응원봉을 든 시민과 함께하는 '빛의 정부', '빛의 연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낸 김 지사는 역시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 대표와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4일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을 방문해 자신의 부친이 '열혈 민주당원'이었다고 밝히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광주경영자총회 특강에서 김 지사는 자신이 정치 입문 계기를 언급하며 "열혈 민주당원이었던 아버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부친과 민주당의 관계를 설명하며 "옛날 서류를 뒤적이다가 아버지의 일기장을 본 적이 있다. 날짜가 단기 4293년(서기 1960년) 3월 11일이었다"며 "1958년도에 4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는데 제 고향(충북 음성)에서 출마한 민주당 후보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서 뛰었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지사는 "자유당 시절 충청북도에서 민주당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척박한 환경이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아버지는 아주 열혈 민주당원이셨다"고 전하면서 "기적적으로 그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겼지만 당선된지 불과 서너달 뒤 해당 당선인이 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아버지가 배반감에 '이게 꿈이냐 생시냐'면서 애통함과 분노에 찬 심경을 일기에 적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어머니가 (정계입문을 고민할 당시) 저한테 '정치를 안 했으면 했지만, 하려거든 민주당 가야지. (아버지가) 그렇게 열정과 젊음을 바쳤는데'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3일 광주의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한 후 "정권교체만으로는 안된다. 더 큰 민주당으로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의 이재명,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다 같이 이렇게 더 큰 민주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김 지사는 정책 기조에 있어서 이 대표와 차별화를 모색해 왔다.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 문제도 김 지사는 '원칙론'을 강조하며 이 대표의 입장에 반대를 표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김 지사는 조국혁신당 당원들과 호남 민심을 겨냥하며 움직이고 있다. '지지세 확장'을 위해 왼쪽과 중도를 동시에 공략키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 지사의 강점은 중도 확장력이라면, 약점은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과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어필이 힘들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도에서는 왼쪽 공략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왼쪽에선 중도 공략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왼쪽'을 공략하면서 중원에서 우위를 보여 정권 창출에 성공했던 사례가 있다. 반면 민주당 후보들은 중도 확장에 매번 애를 먹어왔다. 김 지사는 '중도' 포지션을 확고하게 구축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왼쪽 공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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