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에 위치한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유감 표명 및 법적 조치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효적인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13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염원을 담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남북이 합의하여 설치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철거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하는 바"라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이며, 우리 국유 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며 "북한의 일방적 철거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 시설 철거 문제는 2019년 10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시설 시찰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은 이틀 후인 25일 남측 시설 철거를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보냈고 정부는 북한에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19가 창궐하면서 금강산 내 시설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데 2022년 북한은 해금강호텔 해체를 시작으로 금강산에 있는 골프장인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단지, 온정각과 문화회관 등을 차례로 철거했다.
이어 2023년에는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금강산호텔도 철거중인 것이 포착됐고 지난해 남한 소방서 시설, 온천시설 및 골프장 클럽하우스 등을 연이어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적 조치,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정부가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해 북한이 피고가 된 상태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이를 집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6월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을 대상으로 해서 지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러한 추심 소송 결과를 함께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강제집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가 재판 승소 시 집행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을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읽혔지만, 법적 주체성 문제 및 경문협의 저작권료 성격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대응 방안이다.
2008년 대북 송금이 막힌 이후 경문협은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 약 18억 원을 법원에 공탁한 상태다. 이 금액을 집행하는 것에 대해 법원은 저작권료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이를 국가 책임에 해당하는 '배상금'으로 지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관련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14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항소2-3부(오덕식 조규설 신신호 부장판사)는 국군포로인 고(故) 한재복 씨 등 2명이 경문협을 상대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1심에서도 해당 청구가 기각된 바 있다.
이들은 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를 북한이 자신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1심에서 재판부는 이들의 청구를 기각한 이유로 북한이 "피압류채권을 가지는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즉 남한 헌법상 북한이 독립 국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는 '비법인 사단'등 다른 유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도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또 법원은 경문협 산하에 있는 남북 저작권센터와 북한의 저작권사무국이 '거래중개업자'의 일종이기 때문에 경문협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제3채무자'의 지위가 아니라는 점도 기각 이유로 꼽았다.
한편 이산가족면회소는 이산가족의 상설 상봉 장소를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3년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건립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2008년 7월 지하1층~지상12층의 규모의 행사장 및 총 206개 객실이 있는 본관 건물을 비롯해 면회사무소동 등이 완공됐는데, 여기에 550억의 남한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완공 직후에 금강산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면회소 개소가 보류됐고 이후 총 5회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객실을 제외한 1~2층만 임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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