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했다. 앞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라고 지칭해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는 대신 핵군축 등 '스몰 딜'을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은 일단 사그라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낸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address)할 필요성과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공약(resolute commitment)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양국은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증대에 대한 억지·대응(counter)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은 또한 북한에 대응(responding)하고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한미일 삼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이시바 총리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접촉 재개에 대한 이시바 내각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하자, 이시바 총리의 답변이 끝난 후 자청해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북한 및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we will have relations with North Korea and with Kim)"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아시다시피 나는 그들(북한)과 매우 잘 지냈고, 나는 전쟁을 막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2016년)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매우 나쁜 상황이 빚어졌겠으나, 나는 승리했고 우리는 좋은 관계였다(we had a good relationship)"고 했다.
그는 "내가 그들과 잘 지낸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큰 자산"이라며 "나는 (김정은을) 좋아한다"라고 말하려다 "내 말은, 나는 그와 잘 지내고 그도 나와 잘 지낸다. 이는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일본이 이런 아이디어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본은 그(김정은)와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했다. ("I like… , I mean, I got along with him, he gets along with me. And that's a good thing, not a bad thing. And I can tell you that Japan likes the idea because their relationship is not very good with him")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그(김정은)뿐 아니라 어려운 문제가 있어 보이는 세계의 다른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는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를 위해서도 막대한 자산"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를 상기시키는 언급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관세 문제에 대해 일본을 압박했고, 일본은 대미 투자를 1조 달러로 늘리고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며 미국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부담을 2배가량 늘리겠다고 하는 등 유화책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일본이 2027년까지 방위비를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2배로 늘리기로 약속했다고 밝혔고,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동맹으로서) 책임을 분담할 준비가 됐다", "방위비 분담은 미국이 하라고 말한 게 아니라 일본의 자체 결정"이라고 해 이를 사실상 확인했다.
대신 미국은 중일 간 영토분쟁 지역인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 열도 문제에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는 "미국은 핵능력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한 확고한 일본 방위 공약을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미일상호방위조약 5조가 센카쿠 열도 문제에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일본의 평화적이고 오랫동안 지속된 센카쿠 열도 관리를 위협하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또 "양국 정상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무력과 강압을 통한 현상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중국의 불법적 해양(권리) 주장, 간척지역의 군사화, 남중국해에서의 위협 및 도발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 "양안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무력·강압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를 반대하며 대만의 의미있는 국제기구 참여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는 내옹도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부의 예술'을 펼쳤다고 평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자를 위해, 일본에서 사내아이들의 전통 성인식에 쓰는 사무라이 투구를 특별히 황금색으로 주문제작해 선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투구 가격이 16만8000엔 상당(한화 약 161만 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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