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균등'이란 단어가 2번 나온다. 모든 영역에서 '기회의 균등'을 언급하고 있고 또 하나는 '국민생활의 균등'이다.
헌법 제123조에서는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지역 간 균등발전을 의무로 못박고 있다.
최상위법인 헌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공기관 배치 등 기회의 균등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국가에게 명령하고 있는 셈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불균형'이다. 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서울과 부산 양대 축의 거점개발로 전북은 낙후의 뒤안길을 걷기 시작했고 90년대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도 소외와 홀대가 거듭되며 '절대적 낙후'의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러다 보니 1960년대 한때 260만명을 자랑하던 전북 인구는 계속 감소하며 작년 말엔 행안부의 주민등록인구 조사 결과 173만86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주민등록만 전북에 두고 서울 등 수도권에 올라가 취업·학업 중인 대략 10만명 추산의 인구를 빼면 전북의 실제 상주인구는 163만명으로 주저앉게 된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인구는 모든 지표의 최종 결론"이라며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제아무리 1등을 한다 해도 인구가 떠나는 지역을 행복한 지역이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좋은정치시민넷'에 따르면 전북자치도의 '소멸위험 지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2024년)로 전년 대비 0.02 하락하였다.
전북내 시·군 분석에서도 전주시가 '주의단계'로 가장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4개 시·군 중 93%인 13개가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바 있다.
정부는 헌법이 제시한 '기회의 균등'과 '생활의 균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국가예산 우선 안배는 물론 공공기관 배치도 낙후지역을 우선 고려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정치·경제적 행위나 재정 투입은 돌고 돌아 '인구'로 수렴한다. 인구감소지역은 결국 '기회의 균등'을 위한 처방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말이 된다.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놓고 전북과 경쟁 중인 충남의 경우 인구 증가가 돋보인다. 행안부에 따르면 충남의 작년 말 인구는 213만6500명으로 전북보다 40만 명 가까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격차를 보면 웬만한 시(市) 단위 도시 인구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쪽은 인구가 늘고 있지만 다른 쪽은 급감하고 있으니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도 시도별 인구순이동률'을 분석한 결과 충남은 0.7% 증가한 반면에 전북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인구순이동은 전입에서 전출을 뺀 인구를 뜻하는 것으로 마이너스라는 말은 그만큼 인구가 감소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충남의 인구순이동은 작년에만 1만5000명이 늘어난 반면에 전북은 6000명이 감소하는 등 희비의 쌍곡선을 그었다.
한 지역의 미래 역군이라 할 수 있는 20대와 30대의 인구이동은 어떠할까?
충남의 20대는 지난해에만 100명이 늘어났고 30대 순이동은 3000명에 달했다. 경제인구의 허리라 할 수 있는 40대는 한 해에 6500명이나 순이동하는 등 급증세를 보여 전북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반면에 전북은 20대의 순이동이 -6900명을 기록했고 30대도 -700명에 이르는 등 미래를 이끌어갈 MZ세대들이 수도권과 충청권을 향해 보따리를 싸고 있다.
두 광역단체의 대표 도시인구 비교는 처연하다고 말할 정도로 '희비 쌍곡선'을 긋고 있다.
충남 아산시의 경우 눈에 띄는 출생아 증가와 인구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행안부의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시 아산시 인구는 35만5014명으로 국내 228개 기초지자체 중 54위에 랭크될 정도로 막강 파워를 자랑한다.
최근 2년간 전국적으로 출생아 수가 4만명 이상 격감했음에도 아산시에서는 500명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전국 기초단체 중 상위 랭킹 5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중심의 산단과 양질의 일자리, 공공기관 안착 효과 등이 젊은 인구를 흡입하고 아이를 출산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북돋우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이다.
안타깝게도 전북 남원시의 주민등록인구는 올 1월 말 현재 7만5604명으로 2020년의 8만662명과 비교할 경우 5000명 이상 줄어들었다.

그나마 남원시의 경제 활성화와 인구늘리기 총력전 덕분에 작년 11월 7만5539명을 저점으로 최근 소폭의 증가세로 급반전한 것이 위안이다. 다만 그간의 불균형 성장 그늘에 시달려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지원대책이 없는 등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기초단체의 처지를 벗어나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남의 인구가 늘고 전북이 감소하면서 매출액과 상용근로자 측면에서 한 해 20% 이상 고성장하는 기업도 전북이 충남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제2중앙경찰학교를 전북에 설치하는 등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정 전북애향본부 총재는 "현재 충북 충주에 중앙경찰학교가 있고 경찰인재개발원과 국립경찰병원 등 경찰관련 교육과 연수시설도 충청권에 편중돼 있는 현실"이라며 "분권과 분산은 지방시대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인 만큼 제2중앙경찰학교는 남원에 설립해야 한다는 요구는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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